[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의 경제정책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인 실업률, 꾸준한 성장, 균형 예산 등 독일의 경제가 겉보기에 강력하지만 정책 실수로 허약함이 감춰져 있다고 최근 지적했다.
독일은 그리스 같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문제 국가들이 구조적 경제개혁에 손대지 않고 지출과 차용만 줄이고 있다고 탓한다. 현 저금리 상황은 유럽 각국의 차용 및 투자 확대로 유로존의 느림보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독일의 투자 규모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적다.
독일이 투자 확대에 나설 경우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경상수지 흑자도 바로잡을 수 있다. 지난해 독일의 경상수지는 2220억유로(약 279조245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 수준이다. 쌓아놓는 돈이 투자하는 돈보다 많다는 뜻이다.
베를린 소재 독일경제연구소(GIER)의 마르셀 프라츠셔 소장은 "투자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독일의 경제력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독일의 공공부문 투자는 1970년 서독 정부 시절 GDP의 6%에서 현재 2%로 위축됐다.
또 다른 싱크탱크인 쾰른 소재 경제연구소(IW)는 2008년 이래 기업의 주식자본이 실질적으로 증가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 재계를 대변하는 독일산업연합(FDI)의 마르쿠스 케르버 회장은 "독일 경제가 성장하려면 공격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독일에서 공공ㆍ민간 부문의 GDP 대비 투자율은 17%다. 대다수 투자는 으레 민간이 주도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독일 기업들의 경우 지난 수년 동안 해외 투자에 집중해왔다. 프라츠셔 소장은 "지난 20년 동안 독일 기업의 해외 투자 연간 수익률이 10%를 기록한 한편 독일 내 외국 자본의 연간 수익률은 15%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IW의 미하엘 위터 소장은 독일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저조한 것과 관련해 "그리스와 유로, 러시아 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인이 독일 경제에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에너지 정책이 문제다.
독일은 화석연료와 핵에너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막대한 보조금으로 태양력ㆍ풍력 부문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독일 기업은 에너지 단위당 미 기업보다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독일 기업 절반은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투자에 매력을 못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게다가 노령화하고 줄어만 가는 인구 탓에 숙련공을 구하기가 힘들다. 설상가상으로 메르켈 총리는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의 압력에 못 이겨 정년을 애초 계획인 67세에서 63세로 낮췄다.
많은 도시의 주택시장은 집세 상한선에 묶여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최저 임금제도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