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변경죄 유죄 인정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법원이 '땅콩회항'사태를 불러온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성우)는 12일 오후 3시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인간의 자존감을 무릎 꿇린 사건"이라며 이같이 선고했다.
조 전 부사장의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른 부분은 항공기 항로변경죄였다. 재판부는 "항로변경죄가 인정되려면 지표면에서 200m 이상의 공역(관제구)에 항공기가 있어야 한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에 대해 "항공법 관련법령은 ‘항로’를 노선, 진행방향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고, 통일적으로 공로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항공보안법의 항로변경죄에 있어 공로를 200m 이상과 이하로 구별할 이유도 없다"면서 정면 반박했다.
이어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은 해외 협약을 들며 항로변경죄를 인정했다. 이는 검찰 측 주장한 근거를 받아 들인 것이다. 재판부 "헤이그 협약, 몬트리올 협약은 보호대상인 항공기의 범위를 ‘운항중’으로 확대했고, 우리 항공보안법은 이에 따른 것"이라면서 "조 전 부사장이 램프 지역에서 지상이동 중인 항공기를 게이트로 되돌아가게 한 행위는 항공보안법 제42조의 항로변경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이 박창진 사무장, 1등석 승무원로부터 용서받거나 합의하지 못했고, 이들의 고통이 매우 컸다"면서도 "램프 리턴으로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은 점, 조현아가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점, 초범이고, 20개월 된 쌍둥이 아기의 어머니인 점, 피해자들을 위하여 공탁한 점 등을 양형 참작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가 국토부에서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한 부분은 "국토부의 부실한 조사가 원인일 수도 있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됐다.
선고 말미에 고개 숙인 조 전 부사장에게 재판부는 "인간에 대한 배려심이 있었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라며 엄중하게 꾸짖었다. 또 이 사건으로 피해입은 박 사무장과 일등석 승무원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의 고통보다 박 사무장과 승무원의 고통의 무게가 훨씬 무겁다"면서 "배신자 꼬리표가 따를 가능성이 있기에 사회적 보호 필수적"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조 전 부사장이 선고 전에 제출한 반성문을 법정에서 소개했다 조 전 부사장은 반성문에서 "모든 일은 제가 한일이고 제 탓"이라며 "제가 소란을 만들고 화를 표출했다. 저로 인한 상처 가급적 빨리 낫길 소망한다. 어떻게 해야 용서받을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조 전 부사장은 반성문에서 구치소생활에서 느낀 점도 기록했다. 재판부가 반성문을 읽는 동안 조 전 부사장은 흐느꼈다.
함께 기소된 여모(58)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에 대해서는 징역 8월이 선고됐다. 김모(55) 국토교통부 조사관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됐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JFK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려던 대한항공 KE086 일등석에서 견과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20여분간 승무원들에게 폭언·폭행 등 난동을 부리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것)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