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축구대표팀 중앙 수비수 곽태휘(34·알 힐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한류 스타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마치고 지난 5일 소속팀에 복귀하면서 사우디 팬들로부터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 리야드 공항에는 현지시간으로 이른 새벽 3시임에도 입국장을 통과하는 그를 보기 위해 300여명이 몰렸다. 휴대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곽태휘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영했다. 곽태휘는 안전통제를 위해 자리한 경찰과 병력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인파를 벗어났다. 그는 "사우디 팬들의 70-80%가 힐랄을 응원한다. 전지훈련이나 국제대회를 마치고 귀국할 때마다 경험하는 낯설지 않은 광경"이라고 했다.
이슬람 문화권인 사우디는 술과 음식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고 일상생활에도 제약이 많아 대다수 국민이 축구로 여가를 즐긴다. 경기장은 물론 집이나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세계 각국의 축구를 접한다. 수도 리야드를 연고로 하는 알 힐랄은 자국 최상위리그인 사우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열세 차례 우승을 이룬 인기 구단이다. 그래서 힐랄 소속 선수라면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큰 사랑을 받는다고 한다. 각국 국가대표 경기에 출전하고 돌아온 선수들을 공항에서부터 환영하는 분위기도 자연스러운 광경이다. 곽태휘는 "최근 팀 성적이 좋지 않아 팬들이 복귀를 많이 기다렸던 것 같다. 트위터를 통해 입국시간을 확인하고 마중 나온다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고 했다. 환대에 보답하듯 그는 지난 9일 열린 알칼리와의 크라운 프린스컵(사우디 왕세자컵) 준결승전에서 무실점으로 수비를 지휘하며 3-0 승리에 일조했다.
곽태휘는 대표팀에서도 입지가 되살아났다. 호주와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1월 17일·1-0 승)부터 결승전까지 네 경기를 뛰며 중앙 수비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으나 대표팀이 4강전까지 무실점으로 수비의 안정감을 높이는데 힘을 보탰다. 덕분에 차두리(35·FC서울), 기성용(26·스완지시티), 손흥민(23·레버쿠젠)과 함께 대회 베스트 11 중앙 수비수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의 진가는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나왔다. 0-1로 뒤진 후반 40분부터 최전방 공격수를 자청하면서 상대 골대 앞에 포진해 공중볼을 다투고 동료들의 기회를 열었다. 후반 45분 손흥민이 넣은 동점골도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적극적으로 몸싸움하면서 따낸 것이 출발선이다. 그는 "경기가 5분 밖에 남지 않아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순간이지만 코칭스태프와 의사소통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술적으로 필요하다면 선수들이 먼저 제안을 하고 벤치에서도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은 대표팀 구성에서 베테랑 선수들을 중용한다. 팀의 구심점 역할은 물론 경기의 안정감을 더하는 주축 카드로 활용한다. 차두리가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두 번째 고참이던 곽태휘가 바통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크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병행하면서 얻은 탄탄한 입지만큼이나 태극마크에 대한 의지도 남다르다. 그는 "기량이나 경기 뒤 회복력이 떨어진다면 당연히 은퇴를 고려해야 한다. 아직까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실력으로 대표팀 경쟁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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