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원자재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서도 승자는 있다. 팔라듐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팔라듐 가격은 11.35% 올랐다. 지난 10년 사이 연율 환산 기준으로 팔라듐 값 상승률 14%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원유 등 상품 시장이 30년만에 최악의 조정기를 겪은 것만 봐도 상당히 선방한 셈이다.
지난해 팔라듐 가격이 오른 것은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의 경제 불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광산 파업으로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변수를 제외해도 팔라듐 가격이 추세적으로 오를 가능성은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팔라듐 수요가 4년 연속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팔라듐 수요 증가의 1등 공신은 떨어지는 유가다. 팔라듐의 70%는 자동차 제조에 쓰인다. 나머지는 휴대전화ㆍ컴퓨터 같은 전자제품과 투자목적에 사용된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팔라듐 양은 많지 않다. 하지만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를 만드는 데 팔라듐은 꼭 필요하다. 자동차 수요가 늘면 팔라듐 수요도 늘게 마련이다.
최근 유가 하락에 따라 자동차 판매량이 늘고 있다.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 미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자동차 1720만대가 팔려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월에는 1690만대가 판매됐다. 중국 역시 경기둔화에도 자동차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지난해 팔라듐 수요는 공급보다 120만온스 더 많았다. 올해는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90만7000온스 정도로 예상된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올해 팔라듐 평균 가격이 지난해보다 10% 오른 온스 당 881달러(약 95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온스당 1003달러를 기록할 듯하다.
투자 목적으로 팔라듐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팔라듐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지난해 보유량은 308만4000온스로 1년 전보다 42% 급증했다.
스위스 소재 투자업체 하코트 인베스트먼트의 제레미 베이커 상품 전략가는 "팔라듐 가격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다른 귀금속을 앞지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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