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당대회 D-3…당 대표 후보 3인 긴급 현안 질의
2월 임시회 최대 쟁점 '김영란법'
文 "법 적용 대상 점진 확대" 朴 "토론 거쳐 합리적 해결" 李 "법안 후퇴 부적절"
당론 채택 '법인세 인상'
文 "법인세 인상 아닌 법인세 정상화 해야" 朴 "부자 증세해야" 李 "MB정부 이전으로 법인세 정상화 해야"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손선희 기자] 문재인·이인영·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후보는 2월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 법안인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원안의 취지를 살려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문 후보는 "실효성 차원에서 법의 적용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고, 박 후보도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해 국회 계류 중인 김영란법의 일부 수정 여지를 남겼다. 이 후보는 "법안을 후퇴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원안 통과 입장을 고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지도부를 뽑는 2·8 전국대의원대회(전대)를 사흘 앞둔 5일 본지가 세 명의 당 대표 후보에게 각종 현안을 긴급 질의한 결과 이같이 응답했다. 세 후보는 '김영란법'과 법인세 인상 등 정치권의 정책 현안에 대해선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계파와 공천 갈등과 같은 당내 문제에는 이견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이 정치권에서 재점화한 가운데 새정치연합이 당론으로 채택한 법인세 인상 문제와 관련, 문 후보는 "엄밀히 말하면 법인세 인상이 아니라 법인세 정상화"라고 했고 이 후보는 "이명박 정부 이전으로 법인세를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당 대표가 되면 부자 증세에 방향을 두고 정부여당과 정책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혀 세 후보 모두 법인세 인상 기조에 공감했다.
세 후보는 당내 고질적인 계파 갈등, 공천 혁명, 네거티브로 번진 전대 선거운동 등 당을 둘러싼 현안에 대해선 서로 탓을 돌리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문 후보는 "현재 진행 중인 당 대표 경선에서 보인 갈등과 분열의 모습이 부끄럽고 송구스럽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막판 전대 룰 변경으로 문 후보와의 갈등이 극에 달한 박 후보는 "우리 당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자괴감마저 들었다"고 개탄했다. 이 후보는 "전대 과정에서 친노와 비노, 영남과 호남을 대표하는 분들의 민낯이 국민에게 고스란히 드러난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두 후보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당내 현안에 대해선 후보간 갈등·이견
文 "경선 과정 갈등과 분열 부끄럽고 송구"
朴 "전대 룰 변경, 자괴감 들어"
李 "친노-비노, 영남-호남 대표 민낯 드러나 부끄러워"
다음은 세 후보와의 일문일답.
-새 지도부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앞두고 막중한 임무를 가진다. 당 대표가 돼야만 하는 이유와 이것만은 반드시 바꾸겠다는 것이 있다면.
▲문재인) 국민의 기대를 모아 당의 지지율을 높이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후보라고 믿는다. 실제로 당 지지율이 오름세를 타고 있지 않은가. 계파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 반드시 열겠다.
이인영) 서민의 삶이 어렵다. 박근혜정부에 맞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지켜야 한다. 세대교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략공천 없애고 신인은 쉽게, 중진은 어렵게 하는 시스템 공천하겠다.
박지원) 당연히 계파 청산이다. 투표 전날 100m 달리기에서 99m를 달렸는데 게임의 룰을 바꿨다. 당의 정상적인 견제 기능이 없다. 지금 모습으로는 총선, 대선 승리도 없고 당 자체가 국민에게 버림 받을 것이다.
-정책 현안부터 살펴보면 '김영란법'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과잉 입법, 위헌 소지 등 논란이 많은데.
▲문) 김영란법 취지는 절대적으로 찬성한다. 여러 가지 우려가 있지만 최대한 원안의 취지가 살려졌으면 한다. 다만 법의 적용 대상을 한꺼번에 너무 넓히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우선 공감대가 모일 수 있는 공통분모부터 적용하고 추후 시행 과정에서 분야를 점차 넓혀 나가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
이) 정무위원회 원안대로 통과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2014년 부패인식지수 순위가 43위다. 김영란법을 고위공직자로 제한하면 부정청탁 금지라는 입법 취지 자체가 무너지고 법 제정 자체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왜곡된 사실에 근거해 법안을 후퇴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
박) 개인적으로는 김영란법의 정신과 취지를 그대로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에서 제기하는 과잉 입법 등의 문제는 국회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달 23일 국회 공청회 등 다양한 의견 수렴과 소통을 시도할 것이다.
-새 지도부는 당론으로 채택한 법인세 인상 숙제를 떠안게 됐다. 정부여당도 증세 공론화 움직임을 보이는데 법인세 인상에 대한 구체적 구상이 있는지.
▲문) 국민 중 65%는 증세할 경우 법인세부터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봤다. 2000~2010년 기업소득은 16.4% 늘었지만 가계소득은 2.4%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대기업이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의 배경이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법인세 인상이 아닌 정상화다. 대기업에 대한 최고세율을 이명박 정부 부자 감세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다만 모든 기업의 법인세를 올리자는 건 아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자는 것이다. 그 기준은 논의해서 정하면 된다.
이) 이명박 정부 이전으로 법인세를 환원해야 한다. 즉각적인 인상이 어렵다면 재벌 대기업에 집중된 조세감면 혜택을 없애 세수를 확보함과 동시에 조세 체계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기업 프렌들리가 아니라 재벌 프렌들리였다. 우리 당은 중소기업 프렌들리 정당이다.
박)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 문제는 증세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인데 서민 증세나 담뱃값 인상 같은 꼼수는 버려야 한다. 외국처럼 부자 증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점에서 최고세율 인상, 최고세율 과표 구간 신설 등으로 법인세 인상 방향이 결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1% 부자에 대한 증세 방침이 사회적으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않나.
-정당정치 체제서 계파는 계륵과 같다고 한다. 왜 유난히 야당의 계파 정치, 계파 갈등은 국민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을까.
▲문) 공천 혁신이 가장 근본적 해법이다. 지도부의 손에서 공천권을 내려놓고 시스템과 룰에 따라 경쟁이 이뤄지면 된다. 공천을 위해 당 지도부나 계파에 줄을 설 필요 자체를 없애야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당직 인사에서도 혁신을 이루겠다. 기존의 여의도 정치를 뛰어넘는 융합의 용광로정당과 지방분권정당을 반드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계파 패권이 당을 망쳐왔다. 문재인, 박지원 두 후보에게 당을 맡기면 계파 정치의 도돌이표를 찍을 뿐이다. 지금까지 계파의 수장은 자기 사람 챙기기 위한 무리한 공천을 시도했고 역풍을 맞아 결국 실패했다. 공천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다른 어떤 말도 공허할 뿐이다.
박) 정당은 집권을 하기 위해 모인 무리다. 당연히 계파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계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이익이 아닌 나만의 이익을 위해 존재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 룰 변경 과정을 봐라. 다 같이 합의해 의결한 당헌당규를 특정 계파에게 유리하게 바꾼 것에 당원과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계파 극복은 계파에 자유로운 사람, 즉 계파가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정치의 꽃은 선거, 선거하면 공천을 빼놓을 수 없다. 공천 둘러싼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묘책이 있다면.
▲문) 당 대표가 되면 당내 논의기구를 구성해 아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좋은 공천을 하겠다고 약속한다.
이) 내가 말하는 공천 혁명은 신인은 진입하기 쉽고 다선 의원은 어렵도록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 줄 테니 모두 뛰어들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출마하라는 것이다. 전략공천은 없앨 것이다. 당 대표가 되면 당장 4월 보궐선거부터 그렇게 한다.
박) 공천심사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를 두고 국민과 당원이 후보자를 공천하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할 것이다. 또 여성의무공천제와 같이 청년의무공천제를 도입해 공천 과정 자체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개혁할 것이다.
-최근 당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20%대에 머물러 있다. 야권의 지지층을 더 확보하려면.
▲문) 당 지지율은 새누리당과 오차범위에 근접했고 대선 적합도에서 반기문 총장을 제치고 25% 가까운 지지로 1위라고 한다. 당 대표가 되면 총선 전까지 당 지지율을 40%대로 끌어올려 국민이 바라는 '이기는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겠다.
박) 원내대표 시절 당 지지율을 38%까지 끌어올렸었다. 박근혜정부에서도 박지원을 가장 두려워한다. 박지원의 투쟁력과 협상력으로 정국을 주도할 수 있고 존재감 있는 강한 야당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전당대회가 사흘 남았다. 선거전을 펼친 지난 한 달을 되돌아 봤을 때 아쉬운 점은.
▲문)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보다 경선에서 보인 갈등과 분열의 모습이 부끄럽고 송구스럽다. 당내 싸움은 일절하지 않겠다. 사즉생의 각오로 총선 승리를 이룰 것이다.
박) 전대 룰이 투표일 하루 전 바뀌는 모습 보면서 참으로 허탈하다. 자괴감마저 들었다. 전당대회 출마 전에 문재인 후보를 만나서 우리 당의 집권을 위해선 각자의 길이 있다고 더 설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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