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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5년물 국채 금리, 발행시장서 첫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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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10억유로어치 5년물 국채 입찰서 낙찰 금리 -0.017%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핀란드가 4일(현지시간) 5년물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했다고 파이내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현재 중기물인 5년물 유로존 국채가 유통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하고 있는 유로존 국가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네덜란드 등 다수 있다. 하지만 발행 시장(입찰)에서 5년물 국채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핀란드가 처음이다. 유로존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징조인 셈이다.

핀란드는 이날 5년 만기 국채 10억유로어치를 -0.017% 금리에 발행했다. 투자자들이 핀란드 정부에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줬다는 뜻이다. 손실을 감당하고 핀란드 정부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의 응찰 금액이 입찰 금액의 1.5배가 넘었다고 핀란드 재무부는 밝혔다. 유로존 모든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한 투자자들이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핀란드 국채에 투자한 것이다.


시티그룹의 알레산드로 텐도리 채권전략 부문 대표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투자 수익은커녕 원금 보장도 기대하지 않고 있으며 오로지 손실 최소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유통시장에서 핀란드 5년물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0.04%포인트 하락한 0.16%를 기록했다.

이번달 예정된 독일과 스웨덴, 네덜란드, 스위스 국채 입찰에서도 마이너스 금리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예상했다. 심지어 체코 국채 입찰에서도 마이너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유로존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황에서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면적인 양적완화도 국채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CB가 매달 600억유로의 유로를 시중에 풀기로 하면서 유로 자산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풀린 유동성이 장기적으로 투자와 소비로 연결돼 유로존 경기가 살아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유로존 경제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장기 위기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 지난 3일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보다 낮아지는 등 최근 유로존 국채 금리가 계속 하락하는 것을 애널리스트들은 유로존이 일본의 장기 불황 전철을 밟는 징조로 해석하고 있다. 유동성이 늘면 위험 자산 투자 심리가 살아나야 하는데 여전히 안전 자산에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핀란드 경제가 1990년대 경제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핀란드 국채에 대한 강력한 투자 수요는 극심한 위험 회피 심리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핀란드는 2012년 2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장기 불황을 겪었다. 이 기간 7개 분기 중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증가를 기록한 때는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게다가 핀란드는 러시아와 교역 규모가 커 유로존 국가 중 러시아 경제위기에 특히 타격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란드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한 국채에 투자금이 몰린 것이다.


이는 ECB의 양적완화 확대로 풍부해진 유동성과 극심한 위험 회피 심리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유럽에서 신용도가 가장 높은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도 국채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위스 식품기업 네슬레가 최근 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한 가운데 도이체방크의 짐 라이드 신용전략 담당 대표는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의 회사채가 마이너스 금리의 국채 흐름을 따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로존 국채 마이너스 금리가 뉴 노멀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앨버트 갈로 신용리서치 부문 대표는 유로존 국채의 34.8%가 0.1% 이하 금리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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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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