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케이블카 업체, 곤돌라로 바꾸겠다며 도시공원조성계획 변경 신청, 문화재청 허가는 이미 받아…市 명분 없애고 독점사업권 유지 나서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남산 곤돌라 설치 사업이 허술한 뒷북 행정에다 50년간 케이블카를 독점해온 민간업체의 관련 계획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민간운영업체가 시에 맞서 자신도 최신 곤돌라로 교체하겠다며 맞불 작전에 나섰지만 시의 허술한 대응으로 곤돌라 신설 사업이 엉뚱한 곤경을 만난 것이다.
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남산케이블카 운영업체인 '한국삭도공업'은 지난해 12월 본보의 보도에 따라 50여년간 방치돼 온 독점ㆍ특혜 영업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12월29일 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에 도시공원조성계획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케이블카를 최신식 곤돌라로 변경하기 위해 남산 정상부 승강장을 확대 증축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업소 측은 일단 관련 기관 의견 수렴 등이 부족하다며 허가 신청을 반려했으며, 한국삭도공업 측은 서류를 보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국삭도공업의 이 같은 계획이 시가 현재 추진 중인 남산 곤돌라 신설안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시는 시간당 운송인원이 500여명인 남산케이블카가 밀려드는 중국 관광객 등 남산 방문객들을 수용하기 어렵고 승강장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시간당 최대 1500여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곤돌라를 남산 예장자락 시 소방방재본부 자리에 신설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미 올해 예산에 40여억원의 용역비를 편성했으며 올해 안에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남산케이블카가 신형 곤돌라로 바뀌어 수용 능력이 대폭 향상되면 시의 남산 곤돌라 신설은 추진할 명분을 잃어버리게 된다.
시는 또 한국삭도공업 측이 지난해 초 이미 곤돌라 변경을 위해 문화재청으로부터 남산 정상부 승강장 증축 허가(문화재보호구역 내 현상변경허가)를 받았다는 사실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에 따르면 남산 정상부 승강장은 남산 한양도성으로부터 20m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어 증ㆍ개축하려면 관계 기관 의견 수렴을 거쳐 문화재청 문화재보호위원회로부터 현상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이 업체 측은 지난해 1월 곤돌라 변경을 위해 정상부 승강장 증ㆍ개축을 목적으로 중구청을 통해 문화재청에 신청해 현상변경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그로 인해 법에 보장된 의견 개진권도 행사하지 못했다. 시는 지난해 말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문화재청에 재심을 요청하고 있지만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구청이 이 업체로부터 허가 신청을 접수해 문서 결재 시스템을 통해 공유했지만, 시의 실무자가 이를 통보받지 못한 채 방치했던 것이다. 결국 문화재청은 시가 아무런 이견이 없다고 판단해 관련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허가를 내줬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남산 곤돌라 신설과 관련한 계획은 계속 추진 중"이라며 "한국삭도공업 측이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허가를 받았다지만 시에 제출한 도시공원조성계획 변경 허가에 제출된 사업 내용과 다른 점이 발견되는 등 서류를 보완한다고 하더라도 허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므로 시의 사업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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