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어디서 이렇게 쉰내가 나지?" 조성민(32ㆍ부산 kt)이 짓궂게 농담해도 싱글벙글 웃는다. 벌떡 일어나더니 두 팔을 벌려가며 선배를 뒤쫓는다. 술래는 김현민(28ㆍ부산 kt). 지난달 28일 국군체육부대에서 전역했다. "다들 아직도 군인 같대요. 잡초를 너무 많이 뽑고 왔나 봐요."
가장 많이 뽑은 건 리바운드다. 그는 상무 골밑의 대들보였다. 지난해 윈터리그 열두 경기에서 평균 20분25초를 뛰며 7.6개를 잡았다. 올 시즌 D리그 세 경기에서도 평균 14분44초 동안 5.0개를 기록했다. 키(199㎝)가 크고 '야생마'로 불릴 만큼 탄력이 좋은데다 수비 노하우까지 더했다. "상무에서 윤호영(31ㆍ원주 동부) 선배와 박찬희(28ㆍ안양 KGC인삼공사)에게서 많은 걸 배웠죠. 특히 상대의 공격 패턴을 빨리 읽게 됐어요."
프로농구 코트를 향한 간절함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오후 일곱 시면 내무반에서 텔레비전 중계를 보며 내일을 기약했다. "코트를 누비는 선후배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지더라고요. 얼마나 뛰고 싶었는지 몰라요." 김현민은 전역한 지 하루 만에 꿈을 이뤘다.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지난달 29일 인천 전자랜드를 상대로 복귀 경기(61-67 패)를 했다. 휴가 때마다 kt 숙소를 찾아 손발을 맞춘 덕에 빨리 코트를 밟을 수 있었다. "kt가 조직력을 중시하는 팀이잖아요. 한 번이라도 더 동료들과 같이 뛰어야 출장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부모님을 못 본지가 2년 정도 됐지만 마지막 휴가 때도 kt 숙소에서 지냈죠."
전창진(52) 감독은 경기 전 그에게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라"라고 주문했다. 김현민은 제 몫을 했다. 20분 동안 12득점 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리바운드 네 개는 공격에서 따냈다. 지난 1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잘했다. 22분42초 동안 15득점 4리바운드로 팀의 70-60 승리를 이끌었다. 상대 주포 찰스 가르시아(27)의 실책 세 개까지 유도한 그는 "상무에서 연습경기를 통해 많이 만났는데 불필요한 드리블이 많았다. 바싹 붙으면 공을 흘릴 것 같다는 계산이 통했다"고 했다. 전 감독은 "우리 팀에서 힘이 많이 남아 있는 선수"라며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활력이 넘친다"고 했다.
김현민은 칭찬에 연연하지 않는다. "기록이 좋다고 농구를 잘하는 건 아니죠. 사소한 걸 많이 놓쳤어요. 특히 전자랜드와 경기에서요. 종료 1분여 전 리카르도 포웰(32)에게 많은 점수(15점)를 내줬죠. 레지 오코사(35)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어요. 삼성과 경기에서도 김준일(23)에게 너무 점수(15점)를 많이 허용했고요." 그의 자리인 파워포워드에는 김준일, 김종규(24ㆍ창원 LG), 이승현(23ㆍ고양 오리온스) 등 젊은 유망주가 많다. 김현민은 "힘에서 많이 밀리더라고요. 그렇지만 다음에는 다를 거예요"라며 별렀다.
노력은 숙소에서도 계속된다. 자기 전에 자신의 경기 동영상을 돌려보며 보완점을 찾는다.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계속 생각하죠." 목표는 팀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기여하는 것이다. 김현민은 "군대에서처럼 전투적으로 부딪히겠다"고 다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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