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올 부터 조선시대 과거시험 답지인 시권(試券)에 대한 종합연구를 시작한다. '고전자료 현대화' 사업의 일환인 이번 프로젝트는 상설전시도 마련해 추후 관련 고문서를 실물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연 한중연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권은 과거시험 답안지로, 합격자의 경우 답안지를 돌려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문중에 보관돼 올 수 있었다. 이날 이배용 한중연 원장은 "문중에서 기탁, 기증한 300여권의 시권이 연구원 장서각에 있다"며 "시권 탈초·역주 및 현대적 의미 연구와 함께 엄선된 시권을 장서각 상설전으로 추진해 그 실물뿐만 아니라 문화적 맥락까지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권에 대한 현대적 해석연구는 지난해부터 진행돼 온 연구원의 고전자료 현대화 사업 중 하나로 추진된다. 이 사업에서 올해 시권과 함께 새롭게 추진되는 연구에는 '조선시대 한글편지에 나타난 여성의 가족과 사회에 대한 인식연구', '조선왕조 의궤의 기록유산적 가치 연구' 등이 있다. '장서각 소장 왕실한글자료', 조선시대 군영일기인 '훈국등록' 등의 연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예정이다. 이 원장은 "한국학의 보고인 장서각에 자료들만 소장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를 원형복구하고 연구하고 또한 동시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하는 현대화 작업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한중연은 올해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편찬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2004~2013년 10년간 1단계 사업을 통해 전국 67개 지역의 향토문화전자정보가 인터넷과 모바일 앱을 통해 서비스 중에 있으며, 올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2단계 사업으로 1단계에서 다루지 못한 167개 지역에 대한 편찬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한민족의 전통문화 자료를 발굴·분석해 체계적으로 집대성하는 '세계한민족문화대전' 편찬도 추진 중이다.
해외 국가의 교과서에 나타난 한국에 대한 정보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한국바로알리기'사업도 지속된다. 지난해 한중연은 총 30개국의 448개 교과서를 조사하고 분석해 총 11개국에서 발견된 71건의 오류를 바로잡았다고 밝혔다. 한중연 관계자는 "우리나라 면적과 같은 아주 기초적인 정보 오류부터, 한복이 일본의복으로 돼 있거나, 동아시아역사에서 한국에 대한 내용이 너무 다뤄지지 않는 등 수정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며 "각국 교과서를 수집하고 분석해 외교부를 통해서 기본적인 오류는 바로잡아달라고 공식적으로 접근해 수정할 수 있게 했다"며 "각국 교육부 담당자나 교과서 출판담당자를 초빙해서 워크숍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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