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세계 5위 니시코리 게이(25·일본)의 상승세가 식을 줄 모른다. 2015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4000만호주달러·약 349억3000만원)에서 로저 페더러(33·스위스·세계 2위)와 라파엘 나달(28·스페인·세계 3위) 등 우승후보가 일찌감치 짐을 싼 가운데 8강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US오픈 준우승(2014년 9월 9일·대 마린 칠리치·0-3 패배)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니시코리의 강점은 타법(스윙)과 신체 균형에 있다. 먼저 타법에서는 유럽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힘을 극대화시키고자 라켓을 휘두르는 속도를 높였다. 스윙 속도가 빠른 데다 공이 바닥에 맞고 튀어오를 때 한 박자 빠르게 치다 보니 공에 실리는 속도와 힘이 좋다. 박용국 대한테니스협회 경기이사 겸 NH농협은행 감독(49)은 “스윙이 간결하고 박자가 빨라 속도와 각도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상대를 압도한다”며 “공을 받는 선수 입장에서는 공이 오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 수비 범위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양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서브에서도 최고시속이 210㎞까지 나오고, 이 같은 서브를 경기 끝까지 지속적으로 구사하는 점도 무기다. 니시코리는 지난 26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다비드 페레르(32·스페인·세계 10위)와의 단식 16강전(세트스코어 3-0 승리·6-3, 6-3, 6-3)에서도 첫 서브 득점률 72%(38/53)-56%(39/70), 두 번째 서브 득점률에서도 58%(25/43)-42%(16/38)로 모두 페레르보다 앞섰다. 유진선 SBS스포츠 해설위원(52)은 “니시코리의 스윙과 서브의 강점은 왼팔의 쓰임새가 좋기 때문”이라며 “오른손잡이지만 스윙할 때 왼팔에서 오른팔로 이어지는 연결동작이 부드럽고 빠르다”고 했다.
두 번째는 순발력이 좋은 동시에 신체 균형이 잘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빠른 속도로 타구를 쫓아가면서도 공을 넘길 때는 균형 잡힌 스윙을 한다. 그래서 상대가 코트 구석으로 보낸 공도 단순히 받아넘기기 보다는 역공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페레르와의 경기에서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이런 역공이 위력을 발휘했다.
여기에 순발력을 이용해 평균시속 200㎞에 이르는 상대의 서브도 안정적으로 받아낸다. 박 이사는 “현대 테니스에서 선수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공격이 강한 서브 이후 3구째에 득점인데, 니시코리는 이 서브를 받아내는 리시브 기술이 좋다”며 “특히 상대의 서브게임 때는 리시브 이후 공을 주고받는 상황을 길게 해 유리한 승부를 유도한다”고 했다.
상승세의 니시코리는 28일 8강전에서 지난해 호주오픈 우승자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29·스위스·세계 4위)를 상대한다. 바브린카와의 역대 상대전적에서는 3전 1승 2패로 한 경기 뒤지고 있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준결승전에서는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27·세르비아)와 만날 가능성이 크다. 모두 기량과 메이저대회 경험에서 쉽지 않은 상대들이다.
관건은 체력이다. 메이저대회는 약 2주 동안 5세트제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회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이 가장 큰 변수가 된다. 특히 경기 중 상황에 맞는 체력 안배는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유 위원은 “(니시코리가) 지금의 몸 상태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우승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대진에서 어려운 상대를 계속 만난다. 집중력을 유지하고 실책을 줄이려면 역시 관건은 체력”이라고 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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