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필수 사회안전망인데…전통시장은 화재 등 재해 속수무책
농업인 농작물재해보험처럼 전통시장 상인 대상 사회안전망 구축도 필요
자동차보험 적자난 심각…물적담보 제도개선 중점적 추진 등 정상화 노력
[아시아경제 대담=박성호 금융부장, 정리=김대섭 기자] "전통시장 상인들에 대한 정책성 보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전통시장은 화재에 취약한 시설들이 많아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죠. 현재 농어민들에 대한 재해보험 지원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시범적이라도 전통시장 상인들에 대한 정책성 보험 지원을 추진해야 합니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 회장은 지난 19일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임기 중 반드시 이루고 싶은 3가지 미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회안전망 구축'을 첫번째로 꼽았다. 재난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전통시장 상인들에 대해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는 지난해와 올 들어 대형 재난 사고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재난취약시설에 대한 재난보험 확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장 회장은 "재난안전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재난보험제도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화재취약지구인 전통시장 상인들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정책성 보험을 지원하는 일에 대해 정부부처 및 관련 전문가 등과 심도있게 논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태풍, 호우 등의 자연재해와 화재 등을 보장하는 농업인 농작물재해보험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기 때문에 농가는 보험료의 25% 정도만 납입하면 된다. 피해발생 시 손해평가를 거쳐 실손 수준의 보험금을 지급하고 정부의 정책성 보험 지원을 통해 보험료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농업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회안전망 기능 강화 차원에서 의무보험제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동안 각종 재난사고 이후에 의무보험제도가 꾸준히 도입돼 현재 국내에 재난과 관련한 의무보험은 28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보상한도와 보험가입을 강제하는 제재규정이 없거나 미흡한 법률이 17개에 이른다. 특히 대부분의 의무보험은 미가입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장 회장은 "재난보험의 준거법을 마련해 보상한도 및 미가입시 제재 등 개별 의무보험 법률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건이 입법과정에서 준수될 수 있도록 정책당국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손보업계에 중요한 3가지 미션 중 중요성과 시급성을 잣대로 놓고 우선 해결해야 할 일로 앞서 언급한 의무보험 등 사회안전망 구축에 이어 자동차보험 경영정상화,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건전한 시장질서 유지를 꼽았다.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영업적자는 현재 1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간 1조원 이상의 영업적자 발생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손보산업에서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미만이지만 2000년 이후 손보산업의 누적 영업적자 중 자동차보험 영업적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자동차보험은 손보산업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 회장은 "불합리한 보상제도 개선을 통해 보험금 누수를 방지하고 지급기준을 명확화해 소비자 및 유관업계와의 분쟁 예방 등 손해율 안정화에 힘써야 한다"며 "특히 손해율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물적담보에 대한 제도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미사고에 대한 수리기준마련, 렌트비 지급기준합리화, 외제차 부품비용 절감방안 마련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보협회는 유관기관 등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자동차 속도 및 사고유형, 파손범위 등을 통한 파손형태별 수리방법 가이드라인 마련할 방침이다. 또 부품가격 투명화를 통한 가격거품 제거, 대체부품 사용을 통한 지급보험금 절감, 외제차량 사고 시 동급의 국산차량 렌트 제공 등을 추진한다. 이같은 대책들은 손보사들이 대규모 이익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적자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줄이자는 조치라고 장 회장은 거듭 강조했다.
장 회장은 보험산업의 건전한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서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독립법인대리점(GA)과 홈쇼핑 등 비전속 조직의 시장지배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속설계사 조직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불완전판매비율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GA의 관리 감독강화 방안으로 설계사 모집이력 시스템 구축, 퇴출대리점의 타인명의 우회진입금지, 공시의무 위반 대리점 과태료 신설 등을 감독당국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방침이다.
장 회장은 "GA의 불완전판매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1차적으로 해당 대리점이 배상책임을 직접 부담하도록 보험업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되면 보험산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패널티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경영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이 생각하는 '좋은 보험'은 우연한 위험에 대비하는 손해보험의 본질적 역할과 합리적인 보험금 지급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상품이다. 보험업의 사회안전망 기능 강화와 자동차보험의 만성적자 문제 해결을 통한 성장 여건 마련, 그리고 판매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환경 조성으로 보험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더 향상시켜 좋은 보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대담= 박성호 금융부장 vicman1203@ / 정리= 김대섭 기자 joas11@ / 사진= 백소아 기자 sharp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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