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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한국사회 '여성혐오', 진지하게 되짚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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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터키에서 실종된 김모(18)군의 이슬람교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가담설이 확산되며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테러를 자행하는 집단에 첫 '한국인 대원'의 등장 가능성, 그것도 10대 소년이 제 발로 테러집단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은 이만저만한 충격이 아니다.


특히 김군의 이슬람 국가 가담 이유로 '여성혐오'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군은 지난해 10월 트위터에 "지금의 시대는 남성이 차별 받고 있다. 나는 페미니스트를 싫어한다. 그래서 이슬람 국가가 좋다"고 IS 옹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물론 김군의 IS 옹호가 전적으로 여성혐오 때문만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실제 IS가 이교도 여성들의 성노예화ㆍ인신매매를 허용하고, 중동지역 여성 운동가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등 공공연히 여성인권 탄압을 자행해 온 점을 미뤄볼 때 그의 페미니스트 혐오가 IS가담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김군 못지않게 '여성'에 대한 공공연한 혐오ㆍ비하를 드러내는 사례들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온라인 상에는 '보슬아치(여성의 생식기를 뜻하는 비속어와 '벼슬아치'의 합성어)', '김치녀(한국 여성을 낮잡아 이르는 말)' 같은 말이 난무하고, 심지어는 여성비하적 내용을 담은 대중가요가 인기를 끌 정도다. 여성 관련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인터넷 상에서 '악의 축'으로 꼽힐 정도다. 김군의 행태를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한 여성계 인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 여성혐오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인터넷 현상을 넘어 그릇된 성의식, 여성 인권ㆍ경제적 지위 향상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비뚤어진 여성혐오로 또 다른 괴물이 나타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때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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