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미군사훈련 등 전제조건 제시. 달라진 것 없다"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북한이 남한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해 북남관계 개선의 길로 나온다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하고 부문별 회담도 할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북한은 그러나 흡수통일과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 등 전제조건을 여전히 제시한 데다 회담 재개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아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21일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정부·정당·단체들은 20일 오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정은 신년사 관철' 연합회의를 열고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제반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협의하고 대범하게 풀어나갈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선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미국에 대해 "더 이상 남조선 당국을 동족대결로 부추기지 말아야 하고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침략책동에 매달리지 말고 대담하게 정책전환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북과 남의 각계각층은 민족분렬 70년이 되는 올해에 사상과 이념, 정견과 주의주장의 차이를 초월해 민족대단결, 민족대단합의 숭고한 이념 밑에 통일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총진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김용진 내각부총리,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등 정부·정당·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들은 또 '전체 조선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를 발표하고,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반대하면서 일방적인 체제통일(흡수통일)을 추구한다면 언제가도 북남관계는 개선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호소문은 "우리 식 사회주의제도가 몇몇 탈북자들을 부추겨 날리는 어지러운 종이장(대북전단) 따위로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은 없다"며 대북전단을 비판했다.
호소문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라고 정당화해 나선다면 백년이 가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할 수 없고 핵전쟁의 위험을 가실 수 없다"면서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소문은 "남조선의 정당, 단체들은 북남관계에서 근본적인 변혁을 가져오기 위한 역사의 장엄한 흐름에 적극 합류해나서야 하며, 그에 제동을 걸거나 훼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호소문은 "이 기회에 유관국들과 국제사회가 조선반도에서 동족대결을 부추기며 정세를 악화시키는 일을 하지 말고 북남관계 개선과 통일을 위한 우리의 적극적인 노력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리라는 기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기존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하고 전제조건 없이 우리 측의 대화제의에 호응할 것을 주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0일 모인 단체들은 대남기구들로, 남북대화 의지가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흡수통일·전달살포·한미군사훈련 중단 등 전제조건을 여전히 내걸고 있어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전제조건을 내걸지 말고 우리의 대화제의에 호응해야 한다"면서 "대화가 열리면 모든 것을 의제로 올려놓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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