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최근 우수도서 선정 취소된 신은미씨의 저술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가 2013년 선정 당시 "보수·반공 인사에 의해 쓰여져 설득력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거세다. 이는 취소 사유가 '이념 편향' '내부 규정에 의한 절차'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장과 달리 '자의적인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는 신씨가 2011년 10월부터 2013년 9월 새 여섯 차례에 북한을 여행, 이 중 초기 세 차례에 걸친 여행담을 일기체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이에 문체부는 2013년 10월 우수도서로 선정, 공공도서관 등에 1200여권을 배포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종북논란이 일자 우수도서를 전격 취소, 회수에 나섰다.
취소 사유와 관련 문체부는 줄기차게 "내부규정 등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결정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2013년까지 우수도서선정사업 업무를 담당한 (재)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우수도서 선정 및 취소 업무와 관련해 별도의 내부규정을 만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가 근거로 내세운 내부 규정은 작년 우수도서선정 사업이 (재)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 이관된 이후 진흥원이 새롭게 제정한 ‘세종도서 심사위원회 운영지침’이 유일하다. 따라서 내부 규정은 진흥원이 우수도서선정 사업을 시작한 2014년 이후의 우수도서에만 적용된다. 그 어디에도 2013년 우수도서로 선정된 신씨의 저술을 취소할 내부 규정은 전무하다. 이에 조정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만약 신씨의 저술을 취소하고자 한다면 내부 규정을 새로 만들어 적용해야 한다"며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취소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신씨 우수도서 취소결정은 작년 12월30일 "신씨 우수도서에 대해 선정절차 등에 대한 재검점이 필요하다"는 정홍원 총리의 지적에서 비롯됐다. 다음 날인 12월31일 우수도서 선정사업을 주관했던 (재)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 등은 국립중앙도서관 회의실에서 신씨의 우수도서 선청취소와 관련해 한 차례 회의를 열고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신씨의 해당도서가 우수도서로서 지속되기에는 곤란함”을 이유로 취소결정을 내렸다. 이에 지난 7일 (재)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신씨의 우수도서 선정취소 방침을 기관 홈페이지에 게시, 우수도서에 대한 선정취소 결정이 드러났다.
문체부가 취소 사유로 꼽는 이념 편향과 관련, 문체부의 ‘2013년 문학나눔-우수문학도서 보급사업 사업계획서상 우수문학도서 보급사업 추진방침’에는 “도서 선정기준을 특정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으로서 예술성과 수요자 관점을 종합 고려해 선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2013년 우수문학도서 보급사업 결과보고서’에는 신씨 저서에 대한 우수도서 선정평을 “이 책이 진보진영에 속한 분에 의해 쓰였다면 우리의 공감과 감동은 적었을지도 모른다...(중략)... 우리나라 보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대구출신의 보수적인 기독교집안에서 태어나 반공 이념과 신념으로 똘똘 뭉쳐져 있던 사람이, 최근에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사람이 북한을 다녀와서 쓴 여행기이기에 설득력과 공감을 갖는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신씨의 저서가 특정이념에 치우쳐진 저서가 아니라는 걸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실제로 외할아버지는 반공법 제정에 참여한 국회의원일 정도로 신씨의 집안은 '보수적 내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조 의원은 “문체부가 정홍원 총리 말 한 마디에 멀쩡한 도서가 종북도서로 낙인 찍혔다"며 "내부규정 등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우수도서 선정이 취소된 만큼 선정 취소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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