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프로레슬러 김일이 장충체육관에서 우리의 처지를 대변하듯 상대의 공격에 악전고투하며 이마에 피를 흘릴 때 우리는 가난과 굶주림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 (손환 중앙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체육관인 장충체육관이 2년8개월의 리모델링을 끝내고 개장한다. 각종 스포츠 경기, 정부행사의 추억부터 체육관 선거의 모습까지 장충체육관은 한국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페이지마다 모습을 드러냈다.
장충체육관이 건립된 것은 1962년 12월31일. 그 후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경기들과 정치적 사건들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로 대변되는 한국 근대사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1966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WBA 주니어미들급 복싱 세계타이틀 매치에서 김기수 선수는 8000명의 관중이 모인 가운데 대한민국 첫 세계챔피언이 됐다.
손 교수는 "김 선수는 모든 것이 암울하고 힘들었던 시절 헝그리정신을 보여주며 가난과 절망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1960년대 프로레슬러 김일이 서양의 거구들을 박치기로 무너뜨린 장소도 장충체육관이었다.
반면 '체육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독재의 상징적 공간도 이곳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거수기 대의원'에 의해 거의 만장일치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장충체육관은 17일 재개관과 함께 오후 1시 개장식을 열 예정이다. 개장식엔 신동파(농구), 장윤창(배구), 홍수환(권투) 선수 등 장충체육관을 빛낸 왕년의 스포츠 스타 100여명이 총출동한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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