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광복 70주년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올해 관계개선의 물꼬를 트려는 양국 간 접촉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원칙에 매몰된 양 정상의 완강한 태도로 돌파구는 좀처럼 마련되지 않고 있다.
16일 청와대는 전날 있은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면담 결과에 대해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시 여성 피해에 관한 인도적 문제고, 위안부 피해자 모두가 고령인 만큼 조기에 해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15일 아베 총리는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서청원 의원을 일본 총리관저에서 만났다. 서 의원은 "한일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며 "할머니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일본 정부가 하루빨리 명예 회복을 위한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 또 한국은 일본 관계에서 새 출발의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는 뜻도 전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기존 입장에서 전혀 변하지 않은 답변을 내놨다. 그는 "대화를 위한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해왔다. 우리는 문제가 있을수록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1993년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똑같은 장면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도 연출됐다.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들고 온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일본 측 회장으로부터 "한일 수교 50주년을 새로운 양국관계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받았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생존해 계신 동안 이분들의 명예를 온전히 회복할 수 있는 납득할 만한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양 정상 모두 악수를 청하고는 있지만 한 사람은 왼손을, 다른 사람은 오른손을 고집하는 모양새다.
한일정상회담 성사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은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서 의원을 통해 전달했고 아베 총리는 '조건 없는 회담 개최'를 언급하며 박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양 정상은 모두 올해 8월15일 광복절(일본의 종전기념일) 이전에 정상회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 정상이 수교 50주년을 관계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생각이 분명하고 한·미·일 삼각 공조의 훼손만은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어, 특사외교를 통한 돌파구 마련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