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 벽 허문 국내 1호 복합점포 '광화문 농협금융플러스센터' 가보니
성별·연령별 맞춤 상담실…보험·펀드·예금·재무설계까지 한번에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제일 관심을 많이 가진 곳은 다른 금융사들이죠. 국내 1호이다보니 어떤 식으로 꾸며 놨는지 살펴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지난 9일 찾은 서울 광화문 농협금융플러스 센터는 폐점 시간이 가까운 오후였음에도 몇몇 상담실에서 금융상담을 받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빌딩 10층을 통째로 사용하는 이 센터는 면적이 1776㎡에 달했고, 상담실 8개를 갖췄다. 각 상담실은 고객의 성별과 연령을 고려해 다른 컨셉으로 구성됐다. 상담실마다 큰 모니터를 비치해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띄워놓고 은행, 증권 직원이 한명씩 들어가 공동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일주일 전 민간 금융사로는 후발주자인 농협금융이 은행과 증권의 장벽을 없앤 완전한 형태의 복합점포를 1호점을 개점하고 시장을 선점한 건 금융권에선 일종의 '큰 사건'이었다.
이곳의 장현범 은행센터장은 "농협금융이 복합점포를 선점한 것은 안팎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은 이번 복합점포를 개점하면서 외형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전반적으로 세련된 분위기를 내는 점포 인테리어에만 상당한 자금이 투입됐다는 후문이다.
입구에서 마주 볼 수 있는 벽 전면에 '광화문 NH농협금융플러스센터' 로고를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NH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이 나란히 장식해 복합점포의 정체성을 나타냈다. 장 센터장은 입구 앞 천정을 손으로 가리키며 "원래는 이쯤에 벽에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서는 장벽없이 증권과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은 첫 복합점포의 '겉모습' 이상으로 '속'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광화문 센터를 총 책임지는 두 센터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은행의 센터장은 수석심사역 출신으로 신탁증권부에서도 10여년의 경력이 있다. 또 김선희 증권센터장은 대신증권 출신으로 1998년 통합전 NH농협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본점 인사부부터 마케팅 업무까지 두루 담당했다. 이후 지역 본부장을 거쳐 현재는 NH투자증권의 상무를 맡고 있다.
장 센터장은 "단순한 영업계수를 올리기 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일선의 베테랑 영업통들을 발령냈을 것"이라며 "농협금융은 복합점포를 통해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장기간의 전략을 가지고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 역시 "세계적인 금융사들은 대부분 업종의 벽을 허문 상황에서 성장을 해온 전력이 있다"며 "광화문 농협금융플러스 센터는 복합점포 1호로, 복합점포 시장이 정착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광화문 센터는 농협은행 강북PB센터와 우리투자증권 광화문WMC지점 등 네 곳을 통합한 대형점포로 탄생했다. 상주인원은 총 63명으로 8명은 농협은행,55명은 통합증권사인 NH투자증권 직원이다. 이중에 다수가 보험ㆍ펀드ㆍ파생상품ㆍ외환ㆍ재무설계사 등 각종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세무상담을 위해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직원들도 있다.
시너지를 내기 위해 직원들의 협업을 도모하는 방안도 미리 마련됐다. 기존의 금융사들의 유사복합점포에서는 실적을 두고 직원들 간 갈등도 적지 않았다. 농협금융은 핵심성과지표(KPI)에 공동상담을 통한 실적을 공유하는 방안을 만들어 냈다. 일각에서 우려를 표하는 고객 정보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고객 정보는 따로 특별팀(TF)을 꾸려 관리하고 있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연내 10곳에 복합점포를 추가할 예정이다. 광화문 센터처럼 증권중심형의 점포를 내달 중 여의도에, 은행 중심의 점포는 강남에 꾸려질 예정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임 회장이 복합점포 뿐 아니라 통합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새로운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 향후 어떤 결과물이 나올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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