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의 한 구절이다. 이 시처럼 커피전문점들이 충성도 낮은 고객들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위해 이색이벤트를 많이 벌이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엔제리너스가 지난 8일 실시한 '따뜻한 말 한 마디' 이벤트는 큰 화제를 낳으며 확실한 모객 효과를 보여줬다. 지난해 10월 엔제리너스 '천사데이'를 맞아 처음 이벤트가 만들어졌을 때 5만명이었던 참여인원은 11월 7만명, 12월 8만명, 이번에는 11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직원에게 "안녕하세요? 00씨. 맛있는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등 따뜻한 멘트와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면 50% 할인혜택을 주는 것으로,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 매월 첫번째 수요일 정기 이벤트가 됐다. 최근 '땅콩회항' 사건으로 인해 '갑을' 논란이 불거진데다 네티즌들이 "오, 가브리엘. 아메리카노를 내려주어라" 등 기발한 멘트까지 지어내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커피전문점의 이색 이벤트는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지난해부터 '콜 마이 네임(Call My Name)'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스타벅스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한 후 본인 이름을 등록하면 주문 시 닉네임을 불러주는 것이다. 고객들이 '친구없는', '뛰어오세요', '모태솔로' 등의 재미있는 닉네임을 지어 매장에서 실제로 이 같은 닉네임이 불리는 체험을 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할리스는 지난해 가을 3주동안 '컵 따로, 커피 따로 자판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정된 시간에 홍대와 가로수길 등에 놓인 할리스 자판기를 찾아 페이스북 인증을 거쳐 빈 컵을 받은 후 매장에 가면 빈 컵에 아메리카노를 무료로 주는 이벤트였다.
지난해 겨울, 카페베네는 홍보모델인 노홍철과 가위, 바위, 보 게임을 해 이기면 신메뉴 쿠폰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실시했고 탐앤탐스는 이날부터 신년 각오를 영수증에 써서 내면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밖에 많은 커피전문점들이 매장에서 전시회나 콘서트를 여는 등 이색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유독 커피전문점만 이색이벤트가 많은 것은 고객 충성도가 낮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브랜드를 따지기보다는 인근 커피숍을 자주 찾는다. 따라서 이색이벤트를 통해 고객이 일부러 찾는 '특별한' 커피숍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4~9월) 신한카드 조사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주 타깃인 20~30대 여성의 '소비 변덕'이 가장 심했다. 20대 여성의 경우 28%가 6개월 간 12회 이상 이용하던 커피전문점을 3회 이하로 줄여 단골가게를 금세 바꿨고 30대 여성도 21%가 쉽게 변심했다. 이들은 신메뉴, 할인, 경품행사 등 이벤트에 유독 민감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 우리나라 원두커피전문점 원조격인 '스타벅스'가 매장에서 커피와 문화를 함께 판다는 모토로 인기를 얻은 것 역시 커피전문점들이 다양한 문화마케팅을 진행하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전문점을 찾는 고객들은 대개 거리가 가깝고 이벤트가 있는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커피전문점들은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만 찾도록 스킨십 마케팅을 확대해 '우리가 친한 사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라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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