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도입 1주일…스탠딩 흡연실 도입한 곳도 안한 곳도 손님 줄어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1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커피전문점 내 흡연석이 금지된지 일주일이 흘렀다. 대부분이 흡연실을 아예 없애는 방법을 택했고 일부 오피스가에서는 스탠딩 흡연실을 운영하는 등 규정을 잘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흡연실을 운영하는 곳도, 안하는 곳도 매출이 떨어진 탓에 스탠딩 흡연실은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증권사들이 즐비한 서울 여의도 A 커피전문점. 기존 매장의 1/3 가량을 차지했던 흡연실의 테이블은 모두 금연실로 옮겨졌다. 대신 한가운데 길쭉한 스탠딩 재털이 하나가 놓여 있고 입구엔 에어커튼이 작동했다. 그러나 어려운 증시 환경에 비싸진 담배값이 금연의지를 북돋웠을까. 테이블이 빠져 가뜩이나 넓어보이는 스탠딩 흡연실에는 사람도 적어 황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금연석은 흡연실에서 빠져나온 테이블들이 꽉꽉 들어차면서 매장을 더욱 좁아보이게 했다.
이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은 "일단 흡연석에 의자를 모두 빼서 스탠딩 흡연실로 사용하고 있다"며 "생각보다 흡연실을 찾는 사람이 없는데 공간을 많이 차지해서 그런지 애물단지 같다"고 전했다.
200m 가량 떨어진 B 커피전문점 흡연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0평형 매장의 절반 가량이 흡연실이었던 이 곳은 현재 흡연실을 모두 터 금연석으로 활용했다. 대신 매장 구석에 1.5평 규모로 조그맣게 스탠딩 흡연실을 만들었다. 여의도 애연가들의 천국이었던 과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속 스탠딩 흡연실에 홀로 서서 담배를 피는 30대 남성의 모습이 초라해보였다.
이 커피전문점 점장은 "올 들어 일주일 간 매출이 예전보다 15% 가량 줄었다"며 "워낙 흡연실이 커서 손님들이 많이 찾았기 때문에 돈 들여서 미리 흡연실 공사를 한 건데 소용이 없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커피전문점에 흡연석이 전면 금지됐다. 이에 따라 국내 커피전문점 대부분이 환기시설 공사 등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스탠딩 흡연실 대신 금연석을 택했다. 전국 매장의 70% 가량이 흡연실을 운영해왔던 카페베네와 탐앤탐스도 대부분 흡연실을 없앴다. 스타벅스는 애초 금연매장 체제였고 엔젤리너스는 지난해 6월부터 일찌감치 점주 의견을 취합해 대다수 매장이 흡연실을 없애는 방식을 택했다.
다만 흡연고객 비중이 높았던 오피스상권 매장들은 흡연실에서 좌석만 빼거나, 새로 스탠딩 흡연실을 만드는 방식으로 흡연실을 운영 중이다. 커피전문점들은 담배 연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공기차단시설이나 환기시설을 갖추면 좌석없는 스탠딩 흡연실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탠딩 금연실을 운영하는 곳들도 흡연손님 매출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어 한숨을 쉬었다. 커피전문점 내 흡연실을 찾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안락한 장소에서 담배를 피며 친목을 도모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안락함을 잃게 된 이상, 굳이 비싼 커피전문점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B 커피전문점을 찾은 한 고객은 "커피숍 흡연실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갑을관계에서 미팅을 부드럽게 하려고 오는 경우가 많다"며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함께 피면서 대화가 이어지길 바라는 건데 스탠딩 흡연실로 이동하려면 어차피 대화도 끊기고 불편한데 굳이 비싼 커피숍을 갈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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