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축구대표팀이 1960년 우승 이후 55년을 기다린 아시아 정상을 향해 힘겨운 첫 발을 뗐다.
한국은 10일 오후 2시(한국시간)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오만에 1-0으로 이겼다. 조영철(카타르SC)이 전반 46분 결승골을 넣어 승리를 이끌었다. 승점 3점을 따낸 대표팀은 전날 쿠웨이트에 4-1로 역전승한 개최국 호주에 이어 2위에 자리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61·독일)은 4-2-3-1 전술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조영철을 낙점했다. 2선 공격수들이 교대로 골 기회를 노리는 '제로톱' 전술에서 가짜 공격수 역할로 상대 수비수를 유도하는 임무를 맡겼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친선경기(4일·2-0 승)에 선발로 나섰던 구자철(마인츠)이 섀도 스트라이커로 뒤를 받쳤다.
좌우 날개는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턴)이 맡고, 중앙 미드필더는 기성용(스완지시티)과 박주호(마인츠)가 책임졌다. 포백(4-back) 수비는 왼쪽부터 김진수(호펜하임), 장현수(광저우 부리), 김주영(상하이 둥야),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자리하고, 골문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다.
오만은 주 전술인 4-4-2 대신 3-5-2 카드를 꺼내들었다. 좌우 미드필더가 측면 수비에 가담하면서 다섯 명이 수비수를 구성하고, 한국의 공세를 막는데 주력했다. 한국은 전반 5분 아크 정면에서 구자철이 시도한 중거리 슈팅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공은 낮고 빠르게 골대 왼쪽 구석을 향했으나 상대 골키퍼가 몸을 날려 쳐냈다. 1분 뒤에는 기성용이 중앙선 부근에서 길게 넘긴 패스를 손흥민이 벌칙구역 왼쪽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에 맞아 득점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공격수 두 명을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 여덟 명이 중앙선 아래 포진한 오만의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에 고전했다. 전반 중반에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 김창수가 허벅지 부상으로 차두리(FC서울)와 교체되는 변수도 있었다. 전반 44분에는 손흥민이 약 35m 거리에서 강하게 찬 프리킥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답답하던 흐름을 조영철이 바꿔놓았다. 전반 추가시간 구자철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흐르자 벌칙구역 정면에서 넘어지며 오른발을 갖다 대 득점으로 연결했다.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후반 들어 공세를 더욱 강화하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후반 11분에는 박주호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구자철이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문을 노렸다. 그러나 강한 슈팅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혀 득점에 실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반 이후 이정협(상주)과 한교원(전북)을 교체로 넣고 공격에 무게를 더했다. 대표팀은 미드필드 진영부터 짧은 패스가 살아나면서 빈공간을 자주 만들었다. 그러나 마무리가 정확하지 않았다. 후반 39분에는 손흥민과 이정협의 2대 1 패스를 거쳐 상대 골대 앞까지 크로스가 연결됐으나 동료들의 2선 침투가 늦어 슈팅하지 못했다.
오만의 마지막 반격은 매서웠다. 후반 46분 라에드 이브라힘 살레(22)가 시도한 왼발 중거리 슈팅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곧바로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는 교체 투입된 아흐메드 알 호스니(30)가 크로스바를 맞는 헤딩슛을 선보였다. 한국은 골키퍼 김진현의 선방으로 실점위기를 넘기며 한 골차 승리를 지켰다.
대표팀은 13일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2차전을 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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