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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돈 떨어진 남미 지원…속내는 불편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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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이 경제난을 겪고 있는 남미 국가들에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유가 하락으로 중국과 남미 국가들의 관계는 한 뼘 더 가까워졌지만 그 만큼 익스포저(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금액)도 확대돼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중국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중국, 베네수엘라·에콰도르에 275억弗 투자 약속=4조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유가 하락으로 경제난에 빠진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에 총 275억달러 투자 약속을 했다고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에 각각 200억달러, 75억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베네수엘라는 이와는 별도로 40억달러의 '크레디트 라인'(대출한도) 연장도 약속 받았다.


중국은 남미 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제1회 중국-라틴아메리카 포럼 장관급 회의 개막연설을 통해 "중국이 앞으로 10년간 중남미 지역에 대한 직접 투자규모를 2500억달러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또 "향후 10년 동안 중국과 남미 상호 교역액을 5000억달러로 확대시켜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중국은 유가 급락을 계기로 돈이 필요한 남미 국가들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에너지를 확보하고 미국의 '뒷마당'인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브라질 경영대학원 FDC(Fundacao Dom Cabral)의 파울로 빈센트 교수는 "중국이 남미 국가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구원투수' 명목으로 남미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을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남미 익스포저 확대…매력은 떨어져=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경제난에 빠진 남미 지역의 구원투수 역할을 자청한 중국의 속내가 불편할 수도 있다는데 주목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풍부하기는 하지만 경제 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다 남미 시장 접근의 가장 큰 이유인 원자재의 가격이 약세를 지속하고 있어 중국이 느끼는 남미 국가들의 매력이 예전 같지 못한 상황이다.


FT는 그동안 아프리카 '자원 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선 중국이 지난해 경제회생의 길이 까마득한 짐바브웨에 돌변한 태도를 비췄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오랜 친구' 중국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지만 시 주석은 극진한 예우로 '친구'를 맞았을 뿐 예상을 깨고 무가베 대통령에게 '백지 수표'를 건네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국은 이미 남미 지역에 너무나도 많은 자금을 지원해 익스포저가 확대된 상황이다. 지난 10년간 중국이 남미 지역에 쏟아 부은 돈은 1000억달러가 넘는다. 특히 이 자금 중 절반 가량이 원유 같은 원자재를 담보로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의 경우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유가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국가 경제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바클레이즈의 아레잔드로 그리산티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베네수엘라 익스포저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별로 내키지 않아 했을 것"이라면서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강도 높은 경제 개혁과 원유 시장 침투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을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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