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아파트 소유 서초구 세모녀 가장, 빚 갚고도 남는데 살인한 진짜 이유가
[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서울 서초구 '세 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는 잡혔지만 범행 동기 등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여전하다.
8일 경찰 관계자는 "아내와 딸과 관련된 진술을 할 때는 종종 눈물을 흘렸고, 범행현장을 찍은 사진 앞에서는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질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만난 강씨는 순한 성격으로 참혹한 범죄를 일으킬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공식발표에도 불구하고 범행 동기는 여전히 의문이다.
유명 대학 경영학과 출신 엘리트인 강씨는 3년 전 실직하기까지 외국계 회사 두 곳과 모 한의원 등 총 세 곳에서 일을 했고, 외국계 회사에서는 상무까지 지냈다.
그는 일을 그만두고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자 두 딸에게 실직 사실을 숨긴 채 집을 담보로 5억 원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
최근 1년간 집에서 약 1.5㎞ 떨어진 고시원으로 출퇴근하며 전업투자자로의 변신을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그가 집을 담보로 빌린 5억원 중 생활비로 지출한 1억원을 제외한 4억원을 주식에 투자했고, 2년 만에 2억7000만원의 손실을 본 뒤 자포자기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씨가 2004년 사들인 이 아파트는 부촌으로 유명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대형 아파트(146㎡)로 매매가가 11억원에 달한다. 급매하면 제값은 아니더라도 9억∼10억원은 받을 수 있다. 강씨는 주택담보대출 5억원 외에 다른 빚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강씨의 수중에 집을 담보로 빌린 돈 5억원 중 1억3000만원이 남아 있다는 점, 강씨가 아내 통장에 3억원이 들어 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대출금을 갚고도 최소 7억원에서 10억원 가량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양가 부모도 모두 중산층으로 특별한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는 부부 사이에 불화가 전혀 없었다고 진술했고, 가족들도 두 사람이 원만한 관계였다고 말했다"면서 "강씨의 장모도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 때 강씨가 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성공 가도를 달리던 자신이 실직 후 계속 추락하고 있다고 느끼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탓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강씨는 자기가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만, 의지가 약하고 자존심이 강해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못하는 등 성격적 문제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범죄"라고 말했다.
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3시께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며, 현장검증은 내주 초쯤 이뤄질 예정이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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