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대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추진…규제 풀고 금융·세제 혜택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의무기간 8년·임대료 상한율 연 5%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주택 임대사업을 하는 부동산투자회사(리츠)의 코스피 상장 매출액 기준이 현행 3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완화된다. 임대주택에 70%(연면적 기준)를 투자하는 리츠는 1인당 주식보유 제한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건설임대주택에도 10~40%의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신설되고 공공기관이 보유한 장기미매각 토지에 임대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인하 혜택 등이 제공된다.
7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오는 13일께 발표할 예정이다. 주택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급변하는 가운데 서민 주거 안정 방안으로 민간 주택 임대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우선 펀드와 비교해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리츠의 상장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현재 리츠가 코스피에 상장을 하기 위해선 매출액 300억원 이상, 자본잠식률 5% 미만, 총자산 중 부동산 70%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외에도 사업성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질적심사를 받아야 한다. 부동산펀드의 경우 이 같은 경영성과 기준이 없으며 질적심사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과도한 상장규제가 리츠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 상장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리츠의 자산이 최소 5000억원은 돼야 한다"면서 "주택·오피스 임대사업으로 매출 300억원 이상을 낸다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준을 갖춰도 펀드에는 없는 질적심사의 벽을 넘는 건 더 힘들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 중인 리츠는 96개다. 이 중 상장된 리츠는 7.3%(7개)에 불과하다. 2012년 부실 리츠의 퇴출 이후 관련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2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또 자산규모가 3000억원 이상인 대형리츠는 전체의 11%에 불과한 현실이다. 총 14조1000억원 규모인 리츠 가운데 주택에 투자하고 있는 비율은 15.4%(2조2000억원)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주택 임대사업을 하는 리츠의 상장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시장성이 높아져 자금 조달이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리츠에 대한 자본시장의 관심은 이미 확인됐다. 지난해 공공임대리츠 1·2호에 5개의 기관투자자가 7550억원을 투자했다. 정부 관계자는 "리츠의 상장이 활발해지면 자금 조달이 쉬워져 임대사업 확대가 가능해진다"면서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준(準)공공 임대주택 사업자에 부과하는 소득·법인세 세액 감면율도 기존 50%에서 75%로 높이기로 했다. 2013년 도입된 준공공 임대주택은 최초 임대료와 보증금을 주변 시세 이하로 책정하고, 8년 의무임대 기간 동안 임대료 연 상승률이 5%로 제한된다. 대신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규제에 비해 혜택에 적다는 지적을 받아오면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대형건설사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의 임대기간을 준공공 임대주택과 같은 8년으로 정하고, 임대기간에 따라 국민주택기금 이자 등의 지원혜택을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택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현행 민간 임대주택 용지 공급 가격보다 싸게 공급해 수익률을 높여주되, 임대료 인상률을 준공공 임대주택과 마찬가지로 연 5%로 제한할 방침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이 중산층 전세수요를 흡수할 수 있도록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부터 85㎡ 초과 중대형까지 폭넓게 공급하도록 하되 국민주택기금 대출 이자 등 지원혜택은 면적별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기업형 임대의 대출 금리를 최하 2%선으로 낮춰 면적별로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기업형 민간임대를 장기임대로 유도하기 위해 건설사의 임대기간이 길수록 금리를 낮춰주는 등 기금 지원 혜택을 늘리기로 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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