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 최고위급 회의가 오는 12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다. BCBS는 국제 은행규제 기준과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고, 회원국의 기준 이행을 독려하는 국제기구다. 우리나라를 포함 주요 20개국(G20),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총 27개국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BCBS 최고위급 회의에선 의장인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주재로 각 회원국의 금융감독기관장들이 참석해 글로벌 금융 이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선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11일 출국 예정이었다.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첫 해외 출장이자 국제무대에 처음 얼굴을 알리는 자리인 만큼 진 원장 나름대로 꼼꼼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출국 닷새 전인 6일 금감원 은행담당인 박세춘 부원장이 진 원장 대신 출장길에 오르는 걸로 일정이 바뀌었다.
진 원장이 BCBS 참석을 고사(固辭)한 이유는 국내에 산적해 있는 각종 금융 현안을 챙기는게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주말을 포함 3박4일, 해외 출장으로는 비교적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 마저도 지체하기 아까운 시간이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초 바젤 회의에 원장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지만, 전날 갑자기 일정이 수정됐다"며 "(금감원)안팎으로 챙겨야 할 일들이 많아 부득이하게 부원장이 대신 참석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진 원장은 외부적으로 지난해 말 터진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협력업체가 자금애로를 겪고 있지는 않는지, 모뉴엘 사태로 2차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지 등을, 내부적으로는 침체된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조직개편 방향과 청와대 업무보고 내용 등을 챙기느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국제무대에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첫 기회를 뒤로 한 진 원장의 행보 속에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국내 금융산업의 현 상황을 엿볼 수 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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