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수교 50주년보다는 광복 70년에 방점찍힐 듯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일본 정부가 독도의 일본 영유권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또 유포하는 도발을 감행해 한일 관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6월 수교 50주년을 맞는 한일 관계는 2월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에 이어 3~4월 교과서 검정, 4월 일본 외교청서 발표와 야스쿠니 춘계 예대제(例大祭·제사) 등과 맞물려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총리실 지속 내각관방 영토·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은 일본인들이 과거 독도에서 어업 활동을 했다는 내용을 담은 그림책을 소개하는 형식의 17분짜리 동영상을 지난달 24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렸다. 동영상은 '메치(일본산 강치)가 있던 섬'이라는 제목으로 구성된 그림책의 저자인 스기하라 유미코(杉原由美子ㆍ전직 초등학교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책 내용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내각관방 영토ㆍ주권대책 기획조정실은 지난해 독도 영유권 주장을 홍보하는 홈페이지를 개설한 데 이어 이번에 동영상을 올렸다.
앞서 일본 외무성은 2013년 독도의 일본 영유권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한국어 등 10여개 언어 버전으로 제작해 인터넷에 유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일보의 독도 동영상 도발은 수요 50주년을 맞아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우리 정부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한 신년사를 통해 "한일관계가 어둡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수교 50주년에 걸맞은 관계 개선이 이뤄지도록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일본에 촉구했다.
이번 동영상은 일본의 역사인식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더욱이 일본은 다음달 22일에는 시마네(島根)현에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이름)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아베 신조 정부는 2013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위 인사를 파견해 중앙정부의 행사로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3월말∼4월초에는 중학교 교과서의 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고 표현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독도 동영상과 관련,"독도는 엄연히 우리 땅으로서 영토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이런 도발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립외교원 윤덕민 원장은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윤 원장은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지만 앞으로 교과서 검정에서 이보다 더한 표현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동영상 도발을 한일 관계에서 상수로 가정해서 일희일비하는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봉영식 선임연구위원도 "이번 동영상은 한일관계 개선에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일본 총리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독도 문제에 관한한 총리의 자세가 별로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한일 관계 개선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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