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교·안보 틀 혼란"…남북교류 중단 당분간 계속될듯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과 일본이 29일 납북 일본인 피해자에 대한 재조사와 대북 독자 제재 해제에 합의한 데 해대해 우리 정부는 파장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해서는 한미일 3국 모두 국제적 공조가 지속돼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갖고 있는 바 이런 맥락에서 일북 협의 동향을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북한과 일본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6일부터 사흘간 열린 국장급 협의에서 북한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를 전면 재조사하고 일본은 인적 왕래 허용과 송금과 휴대금액 규제,인도주의 목적의 북한 선박 입항 금지 규제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대외고립를 탈피하는 실익을 챙기고 일본은 협력을 강화하는 한국과 중국에 경고메시지를 보내면서 국내의 정치적 지지 획득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평가했다.
북일 양측이 과실을 챙기는 이번 합의는 한국과 미국, 중국의 외교·대북 정책에는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번 합의로 북한 핵·탄도미사일, 여타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프로그램·활동 또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반하는 제반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대량현금(bulk cash)의 북한행·북한발 이전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가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송금을 허용한다고 해도 그것이 핵무기 개발에 쓰일지는 미지수다.
아산정책연구원의 봉영식 선임연구원은 유엔의 제재로 압박을 받아온 북한 권력 엘리트들은 양측 협의로 일본에서 외화송금이 들어오고 경제재건에 필요한 물자가 반입된다면 상당한 '여유'를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핵실험을 하는 북한에 대해 강경책을 쓰고 한국과 협력을 해온 중국도 정책의 정당성을 상실할 것으로 봉 선임연구원은 전망했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는 한국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 정부는 천안함 폭침이후 5.24조치를 통해 정부 차원의 남북교류를 전면 중단했다.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하고 인적 물적 교류와 인프라 개발을 제안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외화와 물자가 들어온다면 북한이 굳이 한국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낮아진다. 일부 대북 전문가들은 "일본이 북한 핵보다는 자체 정치일정을 더 중시하는 만큼 한국도 5.24조치 해제에 나서 교류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과거사 문제로 어긋난 한일 관계는 이번 일로 봉합이 어려울 정도로 틈이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북일 합의 내용이 구체화하는 데 맞춰 대응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문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WMD와 관련해 유엔의 대북 제재는 일본도 의무이행해야 하지만 한미일 공조에서 균열은 예상된다"면서 "대북 정책에서는 천안한 폭침에 대한 북한측의 책임있는 조치가 없는 만큼 5.24조치를 해제하거나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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