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는 '2015년 국제정세 전망'에서 2014년 국제 정세는 지정학의 귀환,극단의 테러집단 위협,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해대립 등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경쟁과 분쟁, 협력이 파생하는 형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외교안보연구소는 2015년에는 이런 세 가지 갈등의 축이 지역으로 파급 또는 봉쇄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다시 도전과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올해 '아시아 회귀'를 지속해 아시아 국가들과의 동맹을 재정비하면서 강대국 간 지정학적 갈등기류가 확산될 전망이다.한중일 3국 관계는 지정학적 갈등관계에다 역사·영토문제로 갈등이 복잡성이 더해지고 한반도 정세도 강대국간 지정학적 갈등의 와중에 긴장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남북관계는 롤러코스트 국면을 보일 것이라고 연구소는 판단했다.분야별로 쟁점을 짚어본다.<편집자>
◆北,김정은 시대의 그랜드 디자인 그릴까?=통일부는 올해 북한은 김정은 체제의 장기집권 토대를 구축하려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1일 "북한에서 올해는 당창건 70주년을 맞는 꺾어지는 해인 만큼 대규모 행사를 주최하고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김정은은 지난해 수산물가공공장을 지도하는 등 민생살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신년사에서 경제활성화 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문제를 천착하는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도 '2015년 한반도 정세 전망'에서 "2015년은 당창건 70주년이라는 꺾어지는 해인만큼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과시하고 새로운 비전과 정책노선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제7차 당대회를 개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1년 3차 대회는 김정일 생존시 후계체계를 구축하고, 2012년 4차 당대표자회의는 김정일 사망후 권력승계를 회의였다면 2015년 당대회는 승계를 마무리한 김정은의 홀로서기가 완성된 후 북한을 이끌어갈 장기 전략적 엘리트 구도가 제시될 것으로 연구소는 내다봤다.
통일부는 또 올해 김정은 유일지배 체재 공고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잦은 인사교체와 해임 등을 통해 김정은 친위세력을 확충하고 고위층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한편, 김정은 우상화를 본격화하는 등 광범위한 사상 교육이 이뤄지고 기층 조직을 활용한 내부결속 다지기도 지속될 전망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재정여건 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각도의 방안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사유재산 인정 등 근본적인 경제 개혁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지만 새로운 경제 관리 방향인 '우리식 경제 관리방법'을 일부 제도화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통일부는 보고 있다. 공장과 농장 등지에서 개인 분배 몫을 확대하는 등의 유인책도 제공될 수 있다.
또 시장용인 하에 '돈주'등은 주택과 사금융,서비스 등의 분야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통일부는 내다보고 있다. 통일부는 그러나 "제도 장치 등의 미비로 시장화의 급속한 진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은 또 부족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등지로 근로자를 송출하고,러시아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거나 러시아와 일본으로부터 차관을 들여올 수도 있다. 동시에 남북경협을 확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제는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인 대남 정책과 군사 도발이다.비방·중상 중단을 요구하고 한미군사훈련 중지를 촉구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의 변화를 유도하는 한편, 단거리 미사일발사,서해북방한계선(NLL) 침범, 휴전선 국지도발 등 저가도 도발을 반복할 수도 있다.
통일부는 비대칭 재래식 전력 증강 농력과 함께 실전위주의 군사훈련을 지속 전개하고 대규모 연합훈련을 실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도발은 쉽게 저지르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인권문제 등으로 대북 압박이 지속되고 대외관계 개선이 지연될 경우 국면전환과 관심끌기 차원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방위 외교를 더욱 공세적으로 전개해 '경제·핵 병진 노선'과 체제공고화를 위한 우호적 대외환경 조성과 외교고립 탈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는 가능한 모든 소재를 활용해 양자대화의 계기를 마련하려 들 것이며 러시아와는 오는 5월9일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김정은을 비롯한 고위층의 방문, 8월15일 광복 70주년 행사 계기에 고위급 인사교류도 할 수 있다.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은 북러 정상회담 개최로 북러 협력의 정점을 과시하는 한편,북중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것"이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킴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을 대외에 과시하고 북중 관계 강화를 통해 정치·경제협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5년은 남북관계의 '골든타임' 남북정상회담 필요"=정부와 연구기관들은 공히 올해 남북관계 전망을 밝게 보지 않는다.
민간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도 그런 기관 중의 하나다. 아산연은 '전락적 불신'이라는 2015년 전망에서 "북한이 간헐적으로 평화공세를 펴면서 한국 정부에 대화 제의를 해올 가능성은 있다"면서 "동시에 북한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핵실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NLL 월선, DMZ 지역 정전협정 위반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올해 남북관계의 최대 관심사는 꺼져버린 대화의 불씨를 살려서 관계를 개선하느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남북 양측이 대화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불씨를 살리는 방법을 찾는 게 과제다.
박근혜정부는 집권 3년차에도 남북관계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통일대박론이나 통일준비위원회 활동의 의미는 급감할 수 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을미년 신년사에서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단절과 갈등의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끌어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힌 만큼 앞으로 나올 각론이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에게도 남북관계 개선은 필요사항이다. 북러 정상회담과 북중 정상회담을 희망하는 북한으로서는 대결과 교착의 남북관계보다는 대화와 협력의 남북관계가 유리한 환경이라고 경남다극동문제연구소는 지적했다.
정치 안정에다 대외 경제개방을 모색해야 하는 북한에게 남북관계 개선은 국제사회에서 긍정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극동문제연구소는 2015년을 남북관계의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있다.연구소는 "남북이 상대방의 요구와 관심사항에 성의를 갖고 대화하면서 관계개선을 위한 유연하고 전향적인 접근을 한다면 2015년은 남북관계의 골든타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따라 연구소는 남북이 상호 관심사를 포괄적 의제로 올려놓음으로써 대화의 접점을 늘려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즉 2015년 남북관계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정치·군사의제와 경제·사회의제를 논의하는 포괄적 협상을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가 대못을 박아놓은 5.24조치에 대한 지혜로운 우회전략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도 주문했다.연구소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정치·제도적 걸림돌로 되어 있는 5.24조치에 대한 현명한 해결이 필요하다"면서 "남북관계의 정상적 진전을 위해서는 5.24조치를 형식으로 남겨둔채 실제에서는 남북 간 교역과 교류·투자를 승인함으로써 사실상 5.24조치를 '무력화'하는 우회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남북이 대북전단 살포와 금강산관광 재개,5.24조치 해제문제 등을 가지고 평행선을 달리거나 지루하고 피곤한 공방전을 벌이며 냉전시대의 '귀머거리 대화'를 계속할 게 아니라 정상 간의 직접 만남을 통해 이 문제들을 통크고 대담하게 해결해 더 큰 협력을 나가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촉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류길재 장관이 상호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를 제의한 만큼 대화가 열린다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포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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