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한국 기업들이 중국 역(逆) 직구 시장 진출의 통로로 이용하고 있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산하의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오픈마켓 티몰글로벌에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알리바바가 티몰글로벌을 통해 외국 브랜드들에 중국 진출 지름길을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부진한 사업 성과는 알리바바의 해외 사업 영역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2월 티몰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했다. 해외 브랜드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티몰글로벌에 입점을 원하면 연회비 5000~1만달러(약 550만~1100만원)를 내야하고 이와는 별도로 2만5000달러의 환불 가능한 보증금을 넣어야 한다.
알리바바는 많은 해외 브랜드들을 티몰글로벌에 입점 시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 9월 뉴욕 증시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면서 티몰글로벌의 가능성을 널리 선전했다. 해외 기업들이 중국 내 사업 라이선스 없이도 티몰글로벌을 통해 수억명의 중국 소비자들과 연결될 수 있다고 자신했었다. 그 결과 티몰글로벌은 지난 2월 플랫폼 구축 이후 이달까지 5400개 해외 브랜드들을 입점 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티몰글로벌의 성과가 지지부진하다. 트래픽은 알리바바 산하 다른 오픈마켓들에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다. 인터넷 사이트 이용자 분석정보를 제공하는 알렉사 인터넷에 따르면 티몰 글로벌은 인기 순위로 중국 내 3500개 사이트 가운데 311위에 머무르고 있다. 알리바바의 C2C(개인간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와 B2C 플랫폼 티몰이 각각 2위와 5위에 올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사용자 1인당 일간 페이지 접속 건수도 타오바오가 10.93건, 티몰이 6.07건인데 반해 티몰글로벌은 3.1건에 그쳐 있다. 하루 평균 사이트 접속 시간도 타오바오가 596초, 티몰이 353초인데 반해 티몰글로벌은 184초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입점 업체들은 한 달에 물건 겨우 몇 개를 판매하며 불평을 늘어놓고 있고 장사가 잘 안되니 입점 폐지를 검토하는 곳들도 늘고 있다. 뉴질랜드 건강식품업체 엑스텐드라이프의 경우 지난 9월 티몰글로벌에 입점했지만 판매 상황은 실망스러워 입점 철회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중국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인 웹 프레전스의 제이콥 쿠케 최고경영자(CEO)는 "티몰글로벌은 알리바바 명성에 손실을 주고 있다"면서 "설문조사 결과 입점 업체의 70%가 거래량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알리바바는 "해외 브랜드들이 플랫폼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면서 "다만 트래픽이 늘어나고 입점 브랜드들이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해명했다.
티몰글로벌에 입점한 외국계 브랜드들은 알리바바가 플랫폼에서 광고를 제한하는 바람에 노출도가 크게 떨어진 영향도 있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알리바바측은 티몰글로벌에서 유료 광고를 제한하는 것은 사업상의 결정 사안이라며 상인들은 티몰 글로벌 플랫폼으로 링크되는 제3 사이트에 광고를 함으로써 제품 노출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은 티몰글로벌을 이용하면 다른 알리바바 산하 쇼핑몰들을 이용할 때 보다 제품 구입 비용이 더 비싸고 배송까지도 수 주가 걸린다고 생각해 티몰글로벌 이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물론 외국 브랜드 가운데 티몰글로벌에 입점해 일찌감치 성공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창고형 도매 유통 업체인 코스트코의 경우 지난 10월 입점 하자마자 티몰 글로벌을 통해 월간 1만5000개 이상의 견과류 믹스와 6000명의 세타필 로션 등을 성공적으로 판매했다.
한편 WSJ은 티몰 글로벌의 지지부진한 성과는 알리바바가 사업 영역을 중국 밖으로 확대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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