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연구팀, 특별한 이유없는 '재미'를 위한 행동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최근 우리나라에 눈이 많이 내렸다. 온 대지가 하얀 색으로 뒤덮였다. 강아지들은 눈 위에서 데굴데굴 구른다. 사람들은 대지에 가득 쌓인 하얀 색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던지기도 한다. 왜? 여러 이유가 있겠는데 한 가지 이유만은 분명하다. 재미와 놀이를 위한 것이다.
몇몇 새들도 눈 터널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새들이 눈 터널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새들이 눈 터널을 만드는 이유가 뚜렷한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재미'에 있다는 결론을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사이언티스트는 최근 '새들도 재미를 위해 눈 터널을 만든다(Birds build snow tunnels for fun)'는 기사를 실었다.
하인리히(Bernd Heinrich) 버몬트대학 명예교수는 2012년 1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150마리의 홍방울새를 세밀하게 관찰했다. 미국 북동부의 메인주에 살고 있는 이들 새들에 대한 특별한 행동을 연구한 것이다. 관찰결과 150마리의 홍방울새는 이 기간 동안 252개의 미로 같은 눈 터널을 만들었다.
그 시작은 단순했다. 한 마리가 먼저 눈을 파고들어 터널을 만들었다. 이어 다른 새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뒤따라 눈 터널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홍방울새들이 같은 행동을 반복했고 결과적으로 그들이 터널을 만들고 지나간 자리는 미로 같은 도랑과 굴로 가득 찼다.
하인리히 연구팀은 왜 새들이 눈 터널을 만드는지 그 원인이 궁금했다. 하인리히 박사는 "그 많은 홍방울새들이 왜 눈 터널을 만드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고 명확한 원인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인리히 박사는 "특별한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며 "한 마리가 눈 터널을 만들자 다른 무리들이 따라서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고 설명했다.
그 원인을 두고 하인리히 박사는 여러 가지 의도된 목적에 우선 주목했다. 먹이 때문일까. 아니었다. 눈 터널 근처에는 식물이 없었고 마땅한 먹이가 없었다. 두 번째 몸을 깨끗하게 씻기 위한 목적일까. 이것도 아니었다. 새들은 모두 깨끗했기 때문이었다. 은신처를 만들기 위한 것도 아닌 것으로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인리히 박사는 "일반적으로 놀이는 직접적 기능 없이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행동을 말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홍방울새가 눈 터널을 만드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바로 '놀이'를 통한 '재미'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북극 툰드라 지역의 경우 새들은 추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은신처를 위해 눈 터널을 만들기도 한다. 이번 메인주의 눈 터널을 만드는 홍방울새의 경우 이런 목적이 아니라 '놀이'와 '재미'만을 위한 그들의 집단 움직임이다. 새들도 재미를 위해 눈(雪) 장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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