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대기업은 내년 설비투자를 늘리는 반면 중소기업은 이를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업규모별 투자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9일 정책금융공사가 내놓은 '2015년 주요 기업의 설비투자 전망'을 보면 대기업은 내년 설비투자를 올해 대비 3.5% 확대할 계획인 반면 중소기업은 8.3%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10월13일부터 한 달 반 가량 3064개 사업체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설비투자 규모는 올해보다 2.9% 늘어난 13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 집계된 설비투자 증가율 6.8%, 3.9%와 비교하면 다소 낮은 수준이다.
대기업의 내년 설비투자 계획은 128조4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3.5%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5조9000억원으로 되레 8.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소기업은 올해 10.1%(전년 대비) 감소한데 이어 내년에도 설비투자를 축소하면서 투자 감소세가 장기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서 올해 대비 1.8% 늘어난 72조9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집계됐다. 비제조업은 61조5000억원으로 4.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제조업 중에서는 자동차(7%)와 전자부품 및 컴퓨터, 영상음향통신(4%)에서 투자 확대가 전망되는 반면 화학제품(-4.5%), 석유정제(-19.1%) 업종에서 투자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투자는 신제품 생산 등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적극적 투자보다는 유지보수, 연구개발 부문에서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졌다.
한편 올해 국내 주요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130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연초 수립했던 계획(136조1000억원) 보다 4.1% 축소 조정된 수치다. 대기업은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중소기업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최근 가장 높았던 2011년 이후 3년 간 답보하는 양상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계획한 규모보다 적게 집행한 것은 연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달리 세월호 침몰사고와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 세계경제의 불안요인 지속 등으로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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