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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콘트라티예프 파동과 연기금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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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콘트라티예프 파동과 연기금 개혁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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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해 부동산 경기를 부추기고 기술벤처 창업을 지원하는 등 여러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반적인 비즈니스 사이클을 전제로 내놓은 대책들은 단기적이며 한계가 있다. 일본이 과거 버블 붕괴 이후 '잃어버린 25년'간의 경험에서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현재 한국의 경기상황은 50년 주기 콘트라티예프 파동의 하강 국면으로 추정된다. 한국 경제가 요소투입 증가와 공업 고도화에 따른 생산성 증가로 높은 경제 성장기에 접어든 것이 1965년 무렵부터니까 그동안 여러 단기와 중기 사이클을 거치면서 얼추 50년에 이른 셈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일본과 같은 장기적 하방 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콘트라티예프 파동의 하방 주기에 접어든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은 저출산ㆍ고령화다. 1955년부터 태어난 수백만 명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이미 은퇴기에 접어들었고 해마다 수십만 명의 은퇴인구가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65세가 되면 본격적인 국민연금 수령자의 위치에 선다. 그동안 고도성장의 동인이었던 이들이 이제 본격적인 의존계층이 되는 것이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장수 위험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자녀 교육열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다. 자녀교육에 돈을 다 써버리고 대책 없이 노인이 된 사람들은 절대빈곤층 혹은 차상위계층으로 전락하여 국가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수많은 노인들을 먹여살리느라 재정이 다른 생산적인 곳에 쓰이지 못해 영원히 침체의 늪에 빠지는 유럽 재정위기의 비극이 명약관화하게 예상되는 수순인 것이다.

정부의 경제 살리기는 뻔히 예상되는 일반적인 단기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대책 없이 노령화되는 거대 인구층에 대한 노후 대책 수립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노후 대책의 핵심은 효율적인 연금 설계이다.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온 각종 연기금의 제도 설계를 효율적으로 바꾸고 아낌없는 세제 혜택을 주어 퇴직금과 각종 개인연금, 국민연금 가입을 늘려야 한다. 당장 쓸 돈도 없는데 먼 미래를 위해 저축하려는 인센티브가 적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호주처럼 법으로 노후 대비 퇴직연금 강제 가입도 의무화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교육부나 고용노동부 산하 사적 연기금 운용을 한꺼번에 풀링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자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한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그러나 제도 마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소규모 연기금의 경우 운용 풀(pool)에 들어가면 그동안 연기금 관리자들이 누려온 온갖 '갑질'과 '권한'을 잃기 때문에 풀 가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여의도에서 가장 힘센 분은 국회의원이나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모 기금의 자산운용팀'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사적 연기금이라도 그 실패나 비효율은 고스란히 가입자인 일반 국민, 나중에는 국가에 돌아가기 때문에 관할 부처가 엄격한 감시와 철저한 감사를 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정치권이나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줄을 타고 이상한 곳에 투자를 유치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국회에서 국정조사 논란이 일고 있는 자원개발 건도 지난 정부에서 국민연기금더러 투자하라고 적지 않은 압력이 있었다고 한다. 수많은 소시민들이 이용하는 우체국금융도 권력층을 등에 업은 엄청난 민원에 시달린다.


공적연금이 이 같은 권력기관의 압력에서 자유롭도록 견제와 감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법을 제ㆍ개정 해서라도 반드시 연기금 운용의 효율적이고 투명한 제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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