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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세계가 주목하는 북한 역도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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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최근 세계 역도 역사에 오래도록 남을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8일부터 16일까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제81회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열두 개와 은메달 세 개, 동메달 여섯 개로 역도 세계 최강 중국(금 9개·은 12개·동 11개)을 제치고 종합 성적 1위를 차지했다. 역도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보다 역사가 깊다. 1891년 제1회 남자 대회가 영국 런던에서 열렸고, 1987년 제1회 여자 대회가 미국 데이토나 비치에서 개최됐으며 1991년 독일 도나우싱겐에서 열린 남자 제64회 대회, 여자 제5회 대회부터 남녀부가 통합돼 열리고 있다.


도나우싱겐 대회에서는 전병관이 남자 58kg급에서 당시 세계 랭킹 1위 류쇼우빈(중국)과 2위 술레이마노글루(터키)를 꺾고 한국 역도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획득해 스포츠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이 대회 금메달로 자신감을 얻은 전병관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올림픽 역도 금메달도 전병관이 처음이었다.

북한은 지난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80회 대회에서 중국(금 20개·은 8개·동 4개)과 러시아(금 14개·은 7개·동 8개)에 이어 3위(금 3개·은 13개·동 5개)에 올랐다. 2011년 파리에서 열린 제 79회 대회에서는 중국(금 16개·은 15개·동 5개)이 우승했고 북한(금 1개·은 1개·동 3개)은 7위를 기록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북한의 경기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17일 "조선의 힘장사들이 2014년 세계력기선수권대회에서 자랑찬 성과를 이룩했다"고 보도했다. 역도를 역기로 표현하고 있는 게 이색적인데 북한에서는 유도를 유술이라고 하는 등 스포츠 종목에서도 한국과 다른 말을 일부 사용한다. 그런데 역기는 장년층에게는 비교적 익숙한 말이다. 소싯적에 깡통에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역기(力器)를 들며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은 물론 요즘 말하는 ‘식스 팩’을 만들었던 추억들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제 강점기에는 역도(力道)가 아니고 역기(力技)였다. 우리나라 첫 역도 경기 대회인 제1회 전조선역기대회는 1928년 열렸다. 1938년 제11회 대회를 마지막으로 일제 강점기에 열린 대회 이름은 모두 역기로 돼 있다.

제81회 대회에서 북한은 김은국이 남자 62㎏급에서 세 개, 려은희가 여자 69㎏급에서 세 개, 엄윤철이 남자 56㎏급에서 두 개, 김은주가 여자 75㎏급에서 두 개, 리정화가 여자 58㎏급에서 한 개, 김광성이 남자 77㎏급에서 한 개의 금메달을 땄다. 북한은 이들 금메달리스들 외에 김명혁이 남자 69kg급 용상과 합계 동메달, 여자 63kg급에서 조효심이 용상 은메달과 합계 동메달, 여자 75kg급 용상에서 림종심이 은메달을 따는 등 남녀부에 걸쳐 폭넓은 선수층을 자랑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인상과 용상, 합계를 따로 시상한다.

이들 가운데 김은국, 엄윤철, 김은주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리스트이고, 김광성과 리정화, 려은희는 은메달을 들어 올렸다. 북한은 인천대회에서 금메달 네 개와 은메달 세 개 동메달 두 개로 중국(금 7개·은 5개·동 2개)에 이어 역도 종목 2위를 차지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엄윤철, 김은국, 림종심이 금메달을 따는 등 금메달 세 개와 동메달 한 개로 중국(금 5개·은 2개)과 카자흐스탄(금 4개)에 이어 3위 했다. 특정 대회에서 갑자기 잘한 게 아니고 꾸준히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페이스라면 내년 11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제82회 세계선수권대회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북한 역도의 돌풍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노 메달’에 그쳤지만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 여섯 개와 은메달 열다섯 개, 동메달 스무 개로, 메달을 한 개 이상 딴 67개 나라 가운데 21위에 올라 있다. 북한은 15위(금 10개·은 14개·동 18개)다. 남북한을 더하면 10위로 순위가 올라간다. 올림픽에서도 한국(금 3개·은 4개·동 4개·17위)과 북한(금 4개·은 4개·동 5개·15위)의 성적을 합하면 7위가 된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모두 톱 10 안에 드는 것이다.

한민족은 오래전부터 역도에 소질을 보였다. 1939년 제10회 메이지신궁대회(일본의 전국체육대회 격인 국민체육대회 전신) 역도에서는 이규혁(54kg급)과 남수일(60kg급), 조택희(67kg급), 이영환(82kg급)이 우승했는데 남수일은 당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이어 1940년 제11회 대회에서는 박동욱(56kg급)과 김성집(75kg급)이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고 남수일(60kg급)과 이병돈(67.5kg급), 이영환(82.5kg급)이 정상에 올랐다. 1940년과 1944년 올림픽이 예정대로 도쿄와 런던에서 각각 열렸다면 남수일과 김성집은 손기정(1936년 베를린 대회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도 있었다.


북한은 1960년대 초반 세계 최고의 육상경기 여자 중거리 선수 신금단과 여자 스피드스케팅의 강자 한필화(1964년 인스부르크 동계 올림픽 3000m 은메달), 1970년대 여자 탁구의 세계 최강 박영순(1975년 캘커타 대회 1977년 버밍엄 대회 단식 연속 우승) 등 몇몇 개인의 뛰어난 경기력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적이 있다. 이렇게 특정 종목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는 건 처음이다. ‘한국’하면 양궁이 떠오르듯이 ‘북한’하면 역도가 떠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 한반도에는 명궁만 있는 게 아니고 힘장사들도 많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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