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쥔 사우디 여전히 소극적…생산 쿼터 준수 등 대안 가능성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오스트리아 빈에서 27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석유장관 회의가 열린다. 감산 여부를 둘러싸고 물밑 작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회원국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OPEC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베네수엘라와 역외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멕시코 등 4개국 담당 각료들은 이날 가진 사전 회의에서 감산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OPEC 최대 산유국이자 감산 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우디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전날 빈에서 "원유시장의 공급과잉 문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면서 감산에 여전히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 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여 여운을 남겼다.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직접적인 감산 대신 회원국들이 생산 쿼터를 엄격하게 지키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OPEC는 회원국들의 총 생산 상한선을 설정해 공급량을 조절한다. OPEC는 2011년 하루 생산량을 3000만배럴로 정하고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회원국별 쿼터가 있긴 하지만 2011년 이후 OPEC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OPEC 회원국들의 총 생산량은 최근 상한선을 꾸준히 웃돌았다. 유가 하락에도 시장점유율 유지 차원에서 회원국들이 생산량을 조금씩 늘려왔기 때문이다. 지난 9월에는 하루 3100만배럴, 지난달에는 3060만배럴이 공급됐다.
회원국들이 공급 상한선을 엄격하게 지키기로 합의하면 OPEC가 굳이 감산하기로 결정하지 않아도 생산량은 일정 수준 줄일 수 있다. 사우디가 이런 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한선 준수에 따른 실질적 감산 규모가 적은만큼 유가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베네수엘라·이란 등 일부 회원국이 여전히 큰 폭의 감산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27일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2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2.2% 내린 배럴당 74.09달러로 4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도 78.33달러로 내려갔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