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유럽의회가 27일 구글의 검색 사업 분리를 목표로 하는 동의안을 표결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과 유럽 정치권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의원들이 25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성명과 서한 등을 발표하고 유럽 의회가 추진 중인 구글의 검색 서비스 분리로 이어질 수 있는 동의안 처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최근 11.4 중간 선거이후 정국이 경색된 가운데서도 공화 민주 양당 상원 재무위원회와 하원 세입세출위원회 위원장이 연합해 성명을 내고 다수의 의원들이 의견을 밝히는 등 구글을 지켜야한다는 미국 정치권의 의지가 확인됐다.
의원들은 성명에서 유럽의회의 제안이 구글이라는 대상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명백히 미국의 기술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는 유럽이 공정한 시장인지 의문을 남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유럽의 시도가 미국-유럽간의 무역 관계에 다리를 놓기 보다는 벽을 세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의원들은 반독점 이슈를 앞세워 구글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려는 유럽의회 의원들의 행동에 대해 어깃장을 놓은 셈이다.
밥 굿라테 하원 법사위원장은 별도의 서신을 통해 "유럽 의회의 반 독점 규제 시도가 법률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FT는 이에 대해 구글을 놓고 미국과 유럽 의회간의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자국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을 구글을 지원해야하지만 유럽은 구글의 지나친 성장을 견제해야 하는 입장이다.
어찌 보면 정치권에 대한 로비력을 끌어올린 구글이 미국 의회를 통해 영향력 행사에 나섰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구글은 지난 수년간 로비 자금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올해 정치기부금인 143만달러를 넘어서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넘어섰다.
미 의원들이 지원 사격이 나온 가운데 유럽연합(EU) 집행위에서도 우호적인 발언이 등장했다. 신임 귄터 웨팅어 EU 디지털 담당 위원은 이날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 쪼개기와 강제 수용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과거 에너지 담당 위원 시절에 구글이 사업 확대를 위해 반 시장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던 것에 비하면 수위가 발언의 톤 자체가 다르다. 구글로서는 고무될만한 내용이다. 그는 신임 EU 집행부 구성으로 디지털 업무를 맡은 후 구글 문제 처리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었다.
이번 동의안은 유럽의회 내 양대 정파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그룹(EPP)과 중도좌파 사회당그룹(PES) 모두 지지하고 있어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EU의회가 동의안을 통과시키더라도 EU집행위원회에 구글 검색사업의 분리를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 몇 년간 유럽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90%나 넘는 검색점유율 탓에 EU역내 IT기업들의 기반이 무너지자 구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돼온 탓이다. EU집행위는 4년여에 걸쳐 구글에 대해 반 독점행위 조사를 진행했고 유럽사법재판소는 '잊힐 권리'를 인정하며 검색에 대한 구글의 정책마저 바꿔놓았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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