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법 시행령 국무회의 통과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오는 29일부터 조세회피나 절감을 목적으로 한 차명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불법 차명거래가 적발되면 명의를 빌린 사람은 물론 빌려준 사람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불법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실명제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번 개정안에는 불법 차명거래 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인 점이 눈에 띈다. 탈세 목적의 차명거래의 경우 과거에도 적발 시 가산세를 납부해야 했지만 차명거래를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는 29일부터 불법으로 획득한 재산을 숨기고 자금을 세탁하는 불법 행위를 위해 차명거래를 이용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불법재산 은닉, 자금세탁(조세포탈), 강제추심 회피, 공중자금협박조달 등을 목적으로 한 차명 금융거래가 모두 금지된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도 거래자가 불법적인 목적인 것을 알았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차명계좌에 넣어둔 돈은 원칙적으로 명의자의 소유로 간주하기로 했다. 개정 이전 예치된 금융자산도 마찬가지다.
선의의 차명거래는 계속 허용된다. 타인의 명의를 빌려 쓰더라도 선의의 목적이었다는 점만 증명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족의 경우 증여세 면제 범위에서는 얼마든지 차명계좌를 만들 수 있다. 배우자 명의로는 6억원, 자녀 이름으로는 5000만원, 부모 명의로는 3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차명계좌를 만드는 것은 불법이다.
동창회나 계, 부녀회 등 친목모임 회비를 관리하는 계좌나 종친회, 종교단체의 자산을 관리하는 대표자의 계좌도 마찬가지로 처벌받지 않는다. 후견인인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금융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부모 명의로 예금하는 행위도 선의의 차명거래로 인정된다. 예금보호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한 예금을 보호하기 위해 차명 계좌를 개설하는 것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증여세를 피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불법으로 간주된다.
금융사 임직원은 고객이 계좌를 개설할 때 불법재산의 은닉이나 자금세탁, 조세회피 등을 목적으로 차명거래를 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정기예금이 만기돼 재예치하는 경우도 계좌 신규 개설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해 설명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다만 계좌번호 변경이 없는 만기 자동 재예치는 예치기간의 연장에 불과해 설명의무를 생략할 수 있다. 설명이 없었다면 과태료 50만원이 부과되며 불법 차명거래를 중계ㆍ알선한 경우에는 과태료 3000만원을 물어야 한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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