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이상 은행 고액 예금 줄고, 비과세 보험·귀금속 인기 '급상승'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금융실명제 강화를 눈앞에 두고 자산들의 돈이 움직이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거액의 뭉칫돈이 고액 예금 계좌에서 빠져나가 비과세 보험이나 귀금속, 현금 등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에서 10억원 이상의 고액예금이 줄어들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10억원 이상의 예금 총액이 지난 4월 말 7조6000억원에서 10월 말 7조원으로 6000억원(7.8%)이나 줄었다. 우리은행은 10억원 이상 고액 예금 총액이 4월 말 4조7000억원에 육박하다 10월 말 4조2000여억원으로 4000억원(8.5%) 정도 줄었다. 9월과 10월에는 각각 1000억원이 넘게 빠져나갔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1000억원 이상 줄어 5조2000여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지난 10월 말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562조원으로 4월 말 555조2000억원에 비해 6조8000억원 가량 늘었다. 저금리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일반 고객들은 돈을 은행에 예치하는 데 반해 자산가들은 뭉칫돈을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나·신한·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부자 고객 수 1~3위를 차지하는 곳으로, 고액 예금감소는 오는 29일 전면 시행되는 금융실명제 개정안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행을 빠져나간 자산가들의 돈은 비과세 상품으로 향하고 있다.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와 일시납 연금은 지난 8월 2651억원, 9월 2823억원, 10월 3526억원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세테크'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히는 금·은 등의 판매도 급증하는 중이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1㎏당 약 5000만원인 골드바는 지난 1월 68㎏에서 지난달 132㎏까지 판매량이 뛰어올랐다. 특히 4월 59㎏였던 판매량이 5월 94㎏으로 한 달새 39kg이나 늘어나는 등 금융실명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5월 판매량이 급증했다.
실버바도 지난 4월 470㎏이었던 판매량이 5월 740㎏으로 뛰어오르더니 지난달에는 980㎏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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