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출신 국민안전처 장차관, 삼성출신 인사혁신처장 임명에 우려 높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국민 안전은 군대식으로, 공직 사회 혁신은 삼성식으로 하겠다는 얘긴데, 제대로 되겠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안전처ㆍ인사혁신처 수장 인사를 두고 나오는 세간의 평가다. 두 기관 모두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적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신설됐다 하지만 임명된 수장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이같은 부처 설립 취지에 맞는 적합한 인사들인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 "군인 출신들에게 왜 국민안전처를?"
19일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국민안전처 장ㆍ차관에 전직 군 장성 출신들이 임명되자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이와 관련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내정자는 지난 7월 안전행정부 2차관으로 취임한 지 한 달 쯤 지났을 무렵 "군사 작전만 하시던 분이 도대체 왜 오신 거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비상 상황에서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조직이 군대"라는 취지의 답을 내놨다.
이 차관의 말인 즉슨, 군대는 항상 긴급ㆍ비상사태에 신속ㆍ효율적으로 대처하도록 훈련받는다. 따라서 각종 재난ㆍ사고 등 비상 사태에도 잘 대처할 수 있어 자신이 안전행정의 책임부처 수장으로 자격이 있다는 얘기다. 정계 안팎에서는 아마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 취지도 이와 같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안전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 사회가 고도화ㆍ복잡화되면서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들도 사회 총체적인 안목이 없이는 대처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세월도 참사의 원인에 대한 관점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각종 사고ㆍ산업현장ㆍ범죄ㆍ자연재해 등 복잡ㆍ고도화된 현대 사회의 '안전'에서 군대가 맡고 있는 부분은 전쟁ㆍ테러 대응 등 극히 일부분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군대는 최근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등 적과의 전투에서 참패하는 무능을 보였고, 잦은 총기 사고ㆍ인권 침해ㆍ폭행ㆍ자살 등 자신의 안전마저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현재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우리나라의 안전 문제의 요체는 군사 작전하듯 특정 비상 사태에 신속ㆍ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법을 익히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 개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눈 앞에 닥친 이익 보다는 사람의 목숨과 안전을 우선시하도록 의식을 개선하고 관련 기본 제도ㆍ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급선무다. 박인용 처장 내정자와 이성호 차관 등 명령ㆍ복종에 의한 신속ㆍ효율만 중시하는 군사 작전을 주 업무로 해 온 인사들이 과연 이같은 일들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 지 의문이 거세다.
◇삼성식 열린 채용, 공직사회에도 통할까?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임명에도 '의문표'가 붙기는 마찬가지다. 민간 인사전문가가 공직 혁신 개혁을 주도하는 자리에 앉은 것은 사상 최초다. 박근혜 정부는 이 처장의 임명으로 공직사회의 복지부동ㆍ무사안일ㆍ폐쇄적 공직 문화, 인사검증시스템 등을 혁신하기 위해 '민간 인재 수혈'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히 이 처장은 열린 채용 등 '삼성식 인사시스템'을 상징하는 인물이다.이 처장은 1990년대 중반 삼성그룹에서 도입했던 '열린 채용' 등 인사ㆍ성과시스템 도입 주도했다. 이 처장은 '열린 채용'을 통해 당시 학연ㆍ지연 등으로 대표되는 줄서기 문화, 연공서열 중심의 사내 분위기, 여성 인력 차별 등의 고질적 병폐를 없애기 위해 서류 전형을 폐지하고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와 면접만으로 신입 사원을 뽑는 제도를 도입했다.
사내 동문ㆍ동향 모임도 금지했고,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ㆍ보수 체계도 확 바꿔 초과이익분배금(PS)이라는 삼성 특유의 성과 보상 체계를 맞들어 직책 위주의 인사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처럼 이 처장이 주도한 '삼성식' 인사시스템은 결과적으로 2000년대 이후 삼성이 열어 제낀 반도체ㆍ스마트폰 성공시대의 인적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처장이 이같은 경험ㆍ노하우를 활용해 침체ㆍ폐쇄된 공직 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공무원연금 등 성과보수 시스템도 개혁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해 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처장이 삼성 인사시스템의 성과를 바탕으로 관료주의ㆍ온정주의를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오직 개인의 실력을 바탕으로 신속ㆍ효율 및 성과를 중시하는 민간 기업의 인사 문화와 이에 못지 않게 청렴ㆍ공정성ㆍ안정성 등을 중요시하는 공직 사회의 특성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행정공무원노조는 이 처장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높다"며 "표가 단순하고 성공과 실패여부가 정확한 민간 영역에서의 혁신과 성공과 실패의 경계선이 모호한 공공부문 영역에서의 혁신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또 당장 공무원연금 관련 공무원노조와의 협상이 시급한 현안인 상황에서 '무노조' 경영 원칙을 지키고 있는 삼성 출신으로 대노조 협상 경험이 전무하다. 또 기업인 출신 특유의 공공성에 대한 고민ㆍ책임감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듣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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