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 지난해 가을,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진행한 '건전재정을 위한 의회 재정기구의 역할과 발전방향'이라는 국제 토론회에 참석했다.김 의원은 토론회의 의례적인 축사 등이 끝나고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해 사람들의 시선이 연단을 향해 있을 때 조용히 방청석에 들어와 통역용 이어폰을 귀를 꽂은 채, 연신 메모를 해가면서 토론 내용을 경청했다. 흔히 토론회 서두에 국회의원들이 축사를 하고 다른 일정을 들어 자리를 떠나는 모습과 정반대 행보여서 눈에 띄었다.
토론이 끝난 뒤 의원실에서 기자와 만났던 김 의원은 토론회 참석 경위에 대해 재정 건전성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년간 공인생활을 하다 보니, 국가 운영에서 재정건전성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부채 위기로 신음하던 유럽을 방문했을 때의 보고 느꼈던 내용도 재정건정성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과거에는 복지에 대한 요구가 없어 재정건전성이 유지됐지만, 이제는 복지에 대한 요구가 커져감에 따라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제) 복지를 강화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재정건전화 역시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국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10일 김 의원은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보궐선거로 국회에 복귀했던 터라 1호 법안으로 무엇을 발의할지에 관심이 쏠렸는데 그의 선택은 재정건전화 방안 모색이었다. 당시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온통 재정건전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각 회계연도의 재정수입과 재정지출이 원칙적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을 재정건전성의 기본 원칙으로 하고,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늘어날 경우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김 의원은 당대표가 된 이후에도 재정건전성에 대해 몇차례 입장을 계속해서 밝혔다. 지난 9월 최 부총리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를 찾았을 당시 김 대표는 ""GDP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얼마나 되나", "새로운 계산법에 의하면 60%가 넘는다고 한다" 등. 하지만 그의 이같은 입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대립각을 세운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게 되기도 했다.
사실 김 대표가 발의했던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면 올해 예산은 심각한 논란이 제기됐을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33조6000원에 이를 것이며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올해 35.1%에서 35.7%로 늘어난다.(다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을 35.3%, 내년에는 36.2%로 정부보다 높게 잡았다) 김 의원의 국가재정법 취지와 정반대의 예산안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김 대표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언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대신 그가 우려했던 재정 확장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일 김 대표는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경제활성화와 민생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376조원의 확장예산을 편성한 만큼 조기집행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기"라며 "예산안처리와 관련해서 여야가 합의한 국회 선진화법의 시행 첫 해인 만큼 법정시한을 잘 지키며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자재정 정책의 취지에 공감 이상의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그가 새누리당 대표최고의원으로 당 정책에 누구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같은 태도 변화는 의외의 모습이다.
김 대표의 이와같은 태도는 과거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이한구 의원과 비교가 되고 있다.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보수적 재정운영을 강조해왔던 그는 여전히 정부의 재정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일 TBS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에 출연해 정부의 경제 재정, 금융 확장 정책에 대해 "굉장히 이건 위험한 정책"이라며 "근본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 국고에 마약을 맡는 것 하고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금 재정 규모가, 적자규모가 거의 GDP 2% 넘는다"며 "이렇게 되면서 국가부채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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