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IBM이 월스트리트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 투자은행들은 IBM의 미래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IBM이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천공기 회사에서 컴퓨터 업체로 변신에 성공하며 '빅블루', '공룡'이라는 표현을 받아온 IBM은 최근 실적 부진에 주가 하락이 겹치며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극적인 변화와 안정적 성장을 이뤄온 루 거스너 회장과 샘 필사모라는 두 명의 걸출한 경영인이 사라진 지금 그들의 리더십을 이어받은 버지니아 로메티 최고경영자(CEO)의 영향력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듯 한 모습이 역력하다.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이 투자한 몇 안되는 정보기술 업체라는 명성도 오래가지 않았다.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앞에서 투자은행들은 IBM에 대한 투자의견을 지속적으로 낮춰잡고 있다. 그만큼 기대가 낮다는 의미이다.
최근 IBM 하드웨어 기술의 중요한 구심점 중 하나이던 반도체 공장을 매각하면서 웃돈을 얹어 줬다는 보다는 IBM에 대한 환상을 무너뜨리는데 충분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정말 IBM은 이대로 몰락할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IBM의 반등론을 펴는 이들은 비관론자들이 IBM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단기간의 실적추이만으로 IBM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의미이다.
정보기술 업계에서 IBM 만큼 연구기술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는 기업이 드물다는 팩트에 기분한 주장이다.
포브스 기고가인 파노스 무루두쿠타스씨는 IBM 반등론의 입장에 서있다. 그는 포브스 기고문에서 IBM이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술 조류에 곧 승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IBM이 보유한 브랜드 가치와 세계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특허 출원, 다양한 기업과의 기술 협력이라는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를 써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IBM 연구개발의 핵심인 왓슨연구소에서도 같은 의견을 설파 중이다. 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는 존 E. 켈리 부사장은 "반도체 칩에서 디스크드라이브,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 등 다양한 신기술들이 IBM에서 탄생해왔다. 이제 우리는 인지기술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인지기술은 쏟아지는 '빅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파악해 과학자들과 기업, 심지어 정부까지 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마틴 슈로터 IBM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최근 컬럼비아 대학 강연에서 이를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가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 빅데이터 관련 기업들과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같은 자신감의 이면에는 '왓슨'이라는 인지능력을 가진 슈퍼컴퓨터가 자리 잡고 있다. 왓슨은 유전자 분석, 범죄 예측 연구 등에 활용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매출 기여는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미래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IBM이 2004년 이후 연구개발과 인수합병, 설비투자에 1330억달러이나 지출해 놓은 효과를 볼 것이라는 예상인 셈이다.
실제로 IBM은 과거 PC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애플과도 손을 잡아 시장에 놀라움을 선사했다. 절대 만나지 않을 것 같았던 두 기업의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독일 SAP과 트위터도 IBM과 협력을 결정했다. 이뿐 아니다. IBM은 에너지, 의약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협력 중이다.
무르두쿠타스 기고가는 "실적이 잠시 뒷걸음질 치는 것은 과거 변화의 시기마다 있던일이다. IBM은 결국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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