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푸틴과 펑리위안 여사 모습 사이버 검열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이혼남이 다른 사람 부인에게 지나친 친절을 베풀어도 오해를 사는 세상이다. 하물며 국가 정상간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떨까.
'마초' 이미지가 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APEC 정상회담 행사 중 선의로 행한 돌발 행동이 중국의 이미지만 깍아 내리는 일이 벌어졌다.
발단은 10일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던 워터큐브에서 있은 APEC정상회담 기념 불꽃놀이 행사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 위안 여사 좌우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리했다.
야외 행사인데다 시간까지 저녁이었다. 여성인 펑여사라면 한기를 느낄만한 했다.
참석자들이 각자의 자리에 앉은 직후 결정적 장면이 벌어졌다. 시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과 대화하는 사이 펑 여사와 대화하던 푸틴 대통령이 일어나 자신의 담요를 직접 펑 여사에게 덮어준 것이다.
중국 CCTV에 포착된 화면에서 펑 여사도 당황한 듯 주춤거리듯 일어나 웃으며 푸틴 대통령의 담요를 어깨에 자리에 앉았다.
이 담요는 잠시 펑 여사의 몸을 덥혀주다 행사 진행자의 손에 넘겨졌다.
그시간 네티즌들이 푸틴의 이러한 행동을 놓칠리 없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은 웨이보와 시나닷컴 등을 통해 사이에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러나 사진과 영상은 대부분 사라졌다. 중국 당국의 검열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인터넷 검열, 해킹 등의 문제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상황이라는 점을 잘 안다. 중국이 APEC 기간 중에 그동안 금지해온 페이스북 사용을 허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자국 최고 지도자의 부인과 외국 정상, 그것도 최근 이혼한 푸틴의 친밀한 모습은 무조건 검열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마침 검열 대상이 미국과 맞서기 위해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로 급부상 중인 러시아 대통령이라는 점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외교적 결례가 우려돼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APEC 정상회담을 통해 '클린' 이미지를 보여주려던 중국의 계획에 푸틴 대통령이 훼방을 놓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중국 당국도 푸틴 대통령이 펑 여사와 이 같은 모습을 연출하리라 생각지는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자리 배치를 결정한 것은 시 주석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그가 자신의 옆자리에 오바마 대통령이 아니라 푸틴을 앉게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오바마 대통령도 푸틴과 같은 행동을 했을까. 만약 그렇다면 중국은 그 장면을 검열했을까.
포린 폴리시의 평대로 '상대국 정상의 부인에게 추근대지 말라'는 외교가의 격언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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