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5차전 9회말 결정적 실책으로 팀 패배…오늘 6차전도 5번 출전, 위기서 팀 구해야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강정호(27ㆍ넥센)의 가을야구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시즌 내내 보여준 불망망이와 미국에서도 통할 만한 수비 솜씨를 보여주면 우승도 메이저리그 진출도 손에 쥘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해서는 어렵다.
강정호는 5차전에서 패배의 빌미가 된 실책을 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보고 있었다. 그들의 수첩에 강정호의 실책도 기록되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유격수가 아니라 아마추어 유격수라도 해서는 안 될 실수였다. 스카우트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했을 것은 분명하다.
넥센은 강정호를 메이저리그로 보내 주려 하고, 미국 미디어의 평가도 좋은 편이다. 블리처리포트는 10일 '강정호는 전천후 내야수로 활용할 수 있다. 유격수로 장타력을 가졌다는 점이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포스팅 비용 750만달러(약 81억6000만원), 계약조건 2년 500만달러(약 54억4000만원)를 합해 몸값 총액을 1250만달러(약 136억원)로 예상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강정호를 자유계약(FA) 랭킹 15위에 올렸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열린 한국시리즈는 강정호 입장에서는 '쇼케이스'와 다름없다. 그런데 그의 경기 내용은 모른 면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만 누적시켜가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다섯 경기에서 17타수 1안타(타율 0.059)에 그쳤다. 특히 천연잔디 구장인 잠실에서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27)의 타구를 승부처에서 놓쳐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강정호는 유격수가 수비에서의 체력적 부담으로 타격이 약하다는 고정관념을 깬 선수다. 올 시즌에서는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6 40홈런 117타점 103득점을 기록하며 최고 활약을 했다. 해태 시절의 이종범(44)도 달성하지 못한 유격수 최초 한 시즌 40홈런을 기록하며 거포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나아가 살아남으려면 수비가 돼야 한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48)은 "메이저리그에서 야수를 평가할 때 크게 다섯 가지를 보는데 타격에서의 힘과 정확성, 수비능력, 송구, 주루 등"이라며 "강정호의 최고 장점은 뛰어난 타격능력으로 중심타선에서 뛸 수 있는 데다 수비능력까지 갖췄다는 데 있다"고 했다. 그의 평가는 '다소 실수가 있다'는 ESPN의 평가에 비해 너그럽다.
송 위원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한 경우 강정호의 에이전트인 앨렌 네로(49)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강정호의 가치는 1억달러(약 1085억원) 이상"이라고 큰소리를 쳐도 설득력있다. 물론 네로는 '쿠바 선수라면' 그 정도 받을 수 있었으리라고 했지만. 아무튼 그의 장담은 강정호가 '수비의 핵'으로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모두 갖췄다는 뜻과 다름없다.
강정호에게 만회할 기회는 많지 않다. 6차전(11일 오후 6시 30분)으로 끝날 수도 있다. 지난밤의 악몽이 6차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46)도 "승부에 영향을 준 실책이라면 잔상이 오래 간다"고 우려했다. 넥센 입장에서는 강정호가 부담을 느낀다고 해서 수비 위치를 갑자기 바꾸기도 어렵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강정호의 몸값은 반토막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올 시즌 내내 강정호의 경기를 지켜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단기전으로 열리는 한국시리즈 몇 경기를 보고 생각을 완전히 뒤집지는 않을 것이다.
어찌됐든 강정호와 넥센은 이제 벼랑 끝에 몰렸다. 6차전에서 지면 넥센의 첫 우승을 향한 꿈은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강정호는 변함 없이 5번 타자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할 것이다. 삼성의 선발투수는 지난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윤성환(33)이다. 당시 강정호는 윤성환에게 3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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