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 국무부가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과 핵 문제가 별개 사안임을 거듭 확인했다. 이는 미국의 대북인식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케네스 배 등 억류자 2명 석방으로 북한이 미국에 대화의 메시지를 보냈으며 북미간 관계가 개선이 될 것이 아니냐는 낙관론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최악의 인권기록, 핵 열망과 능력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서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억류 미국인 석방 이후에도 유엔 인권결의안의 권고대로 북한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를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국무부는 그 동안 억류자 석방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별개라고 선을 그어 왔고 백악관 역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행동이 없는 한 별도의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해왔다.
이와 관련, 민간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부원장은 "북한 핵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북미 관계가 진전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키 대변인은 또 미국인 석방을 위해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방북한 배경에 대해서도 "장관급이자 정보 당국자인 클래퍼 국장의 파견으로 미국인들의 귀환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했을 뿐 아니라, 이번 방북이 핵이나 인권 관련 협상의 시작이라는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클래퍼 국장이 핵이나 인권 문제 협상에 연관된 인사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따라서 국무부 관리가 이번 방북에 동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키 대변인은 또 이날 미국 CNN 방송에 출연해 클래퍼 국장이 억류 미국인 2명을 데리고 나오는 과정에서 북한 당국에 사과했다는 일부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클래퍼 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라는 내용이 담긴 짧은 서한만 북측에 전달하고 미국인들을 데리고 나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CNN은 앞서 북한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억류 미국인들의 행동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클래퍼 국장이 억류 미국인 2명을 데리러 가는 과정에서 비행기가 고장 나 임무가 지연됐다는 보도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미국 AP통신은 익명의 미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클래퍼 국장이 지난 4일 오전 워싱턴DC를 떠나 북한에 6일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중간 기착지인 하와이에서 비행기가 고장 났다고 보도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