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없는 日, 창작에 큰힘" 미야자키의 반전메시지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宮崎駿ㆍ73)이 아카데미 명예상을 수상하면서 "우리나라는 (내가 작업을 해온) 50년간 한 번도 전쟁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의 일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미야자키 감독이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열린 아카데미 명예상 수상식에서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야자키 감독이 수상한 아카데미 명예상은 영화계에 헌신하면서 공적을 쌓은 이에게 주는 일종의 공로상이다. 미야자키 감독 이외에도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 감독이 1990년 이 상을 받았다.

미야자키 감독이 '전쟁'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선 조국 일본에 반전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아베 내각은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는 일본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도 "(내가) 애니메이션을 계속할 수 있었던 데는 일본이 전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컸다"며 "전쟁과 원폭의 기억이 있기에 '전쟁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게 정해져 있었지만 (전쟁 후 약) 70년이 지나면서 꽤 이상해졌다"고 지적했다.

미야자키 감독이 반전 메시지를 설파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첫 장편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부터 마지막 장편이 된 '바람이 분(2013)'까지 줄곧 인간과 인간의 전쟁, 인간과 자연의 전쟁 등의 주제에 천착해왔다.

미야자키 감독은 또 "종이와 연필, 필름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마지막 시대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했다. 그가 설립한 '지브리 스튜디오'는 '2D 셀 애니메이션'의 작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2D 셀 애니메이션은 수작업으로 한 컷 한 컷 그린 원화를 연속 촬영해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지난해 9월 건강과 체력 등을 이유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더는 만들지 않겠다고 은퇴를 선언한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큰 것(장편)은 무리지만 작은 것(단편)은 기회가 있으면 해보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