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올해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의 최대 화두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ㆍ태자유무역지대(FTAAP)의 구체화다. 10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역내 경제통합의 이점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자칫 미국을 불편하게 만들 FTAAP 참여에 대해 즉답하지 않았지만 경제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PEC 참석차 중국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박 대통령은 10일 오전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만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와 아태지역 경제통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은 방중 성과로 FTA 타결에 집중한 반면, 중국은 '아시아ㆍ태평양의 꿈'이라 자평하는 FTAAP의 추진과 아시아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은행(AIIB)에 한국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FTAAP는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AIIB는 미국과 일본 주도의 세계은행(WB)ㆍ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는 중국의 아태경제통합 구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중 정상회담에서 확답 수준은 아니라도 중국에 보조를 맞추는 수준의 반응은 보였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 앞서 청와대에서 진행된 중국 B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APEC 의장국으로서 주도적이고 중심적인 역할을 해서 아태지역의 지역경제 통합, 이런 진전을 위한 로드맵을 제안하게 됐는데 그것이 중요한 성과 중의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아태지역의 혁신과 성장을 위한 창의적인 방안들을 논의할 수 있게 된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FTAAP 구상이 아태지역과 전 세계에 기회와 이익을 줄 것이란 시 주석의 의견에 동조했다.
권영세 중국대사 역시 시 주석의 구상에 대처하는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보여줬다. 권 대사는 지난 8일 중국신문망과 가진 인터뷰에서 "아시아지역에서 경제발전을 한층 가져오고 대중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 많은 인프라시설을 세워 보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국 정부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을 제기했는데 우리도 아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이 같은 대응법은 중국에 대한 일종의 '유화 제스처' 정도일 개연성도 있다. 11일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아태지역 경제통합 문제가 거론될 게 확실한 상황에서, 미국을 당혹스럽게 할 FTAAPㆍAIIB 참여를 공식화 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TPP 가입은 환영하지만 FTAAP로 힘이 쏠리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박 대통령에게 가입 보류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중국)=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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