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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금융 축소하는 글로벌 은행들..한국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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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수익성 악화에 봉착한 글로벌 은행들이 세계 소매금융 시장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다. 외국은행의 한국지점도 경영실적이 꾸준히 악화되고 있어 이들도 국내 시장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9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씨티그룹은 일본, 헝가리 등 11개 국가에서 소매금융사업 철수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써 현재 씨티그룹이 소매금융사업을 벌이는 국가는 24개국으로 2012년 대비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HSBC도 한국을 포함한 러시아 등 20여 개 국가에서 소매금융 사업을 중단했다. 바클레이즈(Barclays)도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지역의 소매금융사업에서 철수했고 GE Capital 역시 유럽의 소비자금융사업을 매각할 방침이다.


글로벌 은행의 이 같은 해외 소매금융사업 구조조정은 수익성 악화뿐 아니라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 현지 은행들의 영향력 확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씨티그룹은 일부 국가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만큼의 충분한 규모를 확보하지 못했다. 최근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11개국의 이익은 전체이익의 5% 미만일 정도다.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건전성 규제로 씨티는 올해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사업의 복잡성을 이유로 질적 평가에서 탈락했다. HSBC 또한 2011년 불법거래 혐의를 받은 직후 해외사업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현지 은행들의 경쟁력 강화도 글로벌 은행엔 위협이다. 중동 지역에서는 카타르국립은행(Qatar National Bank)이 아프리카까지 진출했고 중남미 지역에서는 Grupo Aval and Banclombia, 아시아에서는 DBS, ICBC 등이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은행이 진출국에서 맥을 못 추는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금융권에 따르면 수익성 악화로 국내에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외은 지점은 2008∼2009년 1곳에서 2010년 3곳, 2011년 5곳, 2012년 8곳, 2013년 7곳으로 나타났다. 외은지점의 총 당기순이익은 2009년 총 2조4000억원에서 2013년 9000억원으로 4년 만에 61% 감소했다.


근래 은행권에서는 글로벌 은행의 철수 사례가 없으나, 은행을 제외한 다른 금융업권에서는 한국시장 철수 사례가 드물지 않다. 증권업에서는 푸르덴셜 투자증권이 지분을 한화증권에 매각했고, 자산운용업에서는 소시에테제네랄, 푸르덴셜이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해 자산운용 부문 철수를 발표한 바 있다. HSBC는 지난해 생명보험사 지분을 하나금융에 전량 매각했다.


씨티그룹이 한국에서 캐피탈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씨티가 소매금융 축소 등 전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최근 박진회 신임 씨티은행장은 "구조조정은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며 일축했다. 당기순이익이 2010년 3266억원에서 지난해 1824억원으로 감소한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구조조정설이 흘러나왔으나 글로벌 그룹 차원에서 부인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은지점이 경영여건 악화를 토로하지만 이는 특정 금융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체 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며 "국내 금융사가 소매금융 부문으로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의 장기적인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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