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노믹스'. MB노믹스나 아베노믹스 등 국가수반의 경제 정책에 붙여주던 명칭을 경제부총리의 정책에 붙여 부르는 것을 보면 그만큼 최경환 부총리가 힘도 있고 그 이름에 걸맞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한다.
최 부총리 부양책의 골자는 부동산을 담보로 좀 더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하고 금리를 낮추고, 기업이 소유한 돈을 배당 확대나 사내유보금 과세 등으로 시장에 유통시켜 내수활성화와 소비 진작으로 불황을 탈출해보자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규제 완화로 주식시장도 활성화 시켜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 결국 소비를 늘려 경기를 살려보자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은 조금 거래가 되기 시작한다고 하고 일부 분양시장에서는 과열 양상도 보이고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주식시장만은 시큰둥하다.
우리 주식시장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외국 투자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되는 것 같다.
첫째, 우리나라와 기업들은 이미 성장성과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주식은 아직 이머징마켓으로 분류되는데 이미 경제는 선진국형 저성장 국가의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모두가 이야기하는 저배당 성향이다.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 모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2012년 기준으로 각각 1.03%와 14.5%를 기록했다. 이는 선진시장의 배당성향 평균이 49%인 점과 비교된다.
셋째, 경영을 잘못해도, 또 딱 부러지는 이유도 없이 유보만 쌓아 놓고 주주의 이해에 부합하는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같은 조치를 생전 안 취해도 그 경영진의 보상이나 임기 등에 영향을 줄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경영 대주주를 압박할 방법은 더더욱 없다. 고성장 가능성도 없고 배당도 안 주고 일 못하는 경영자를 바꿀 수도 없다면 무엇을 보고 투자하라고 할 것인가.
근본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이 좋아지려면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한다. 단기적 정책이 아닌 국가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구조가 바뀌려면 국민들의 생각의 틀이 바뀌어야 하고 그러려면 정서가 바뀌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사교육과의 전쟁이 아닌, 경쟁과 능력 차이를 인정하는 공교육의 구조적 개편 없이는 불가능하다. 생산 인구가 늘어나야 고령화 리스크가 줄어든다. 금융을 비롯한 서비스산업은 대폭 자율화돼야 한다. 아이디어로만 목돈을 벌어도 불로소득이라 치부하지 말아야 하고, 임금 공개 등이 감성적 평등의식이 아닌 이성적 공평성의 기반 위에 이뤄져야 한다. 미국이 지식산업의 메카가 된 것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당대에 거부가 나오는 사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본의 평등한 보상 구조가 금융이나 정보통신기술(ICT)산업에서는 맥을 못 추게 한 예가 있지 않은가.
의료ㆍ교육 등 우리의 강점이 있는 부문을 산업화하려면 넘기 어려운 정서적 장애가 앞을 막는다. 반기업 정서도 문제다. 잘못을 저지른 기업가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역차별이나 마녀사냥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외국 자본이 들어와 돈을 버는 것을 더 넓게 포용해야 한다.
특히 중국 자본의 투자 확대를 경원시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가장 투자가 과감하고 활발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자본이 국내에 더 커지면 안보도 더 튼튼해진다. 중국의 이해에 반하는 북한의 도발은 더욱 신중해질 것이다. 세계적인 저성장과 국내 소비 부진, 제조업 경쟁력 감소,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 심심하고 이벤트 없는 한국 증시에, 아니 우리 경제에 기폭제는 과감한 남북 경협이다. 이를 위해 특히 보수층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부족한 것은 정책이 아니고 마음을 하나로 묶어 정서적 이슈를 뛰어넘게 할 수 있는 리더십이 아닐까 싶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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