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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긍휼지심을 완성하는 나눔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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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긍휼지심을 완성하는 나눔경영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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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안은 이북 함경도에서 7대째 의업을 대물림 해온 한의사 집안이다. 특히 선친께서는 외과의사이면서 한의사였다. 한국전쟁 직후 충남으로 내려와 터를 잡은 선친은 이 마을 저 마을을 돌며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셨다. 선친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아셨기에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때로는 조와 보리 한 그릇을 받고도 성심껏 치료하셨다.


내가 청년이 되었을 때 선친은 서울에 올라 와 한의원을 차리셨다. 워낙 실력이 좋았고 가전의 비방이 뛰어나 주변에 허리병을 잘 고치는 명의로 소문이 자자했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으니 바쁘고 귀찮기도 할 법하지만 선친께서는 길을 가다가도 아픈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으셨다.

말년에 척추골절과 척추결핵증을 얻어 6년이나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당신을 찾아온 환자는 그냥 보낼 수 없다'며 누운 채로 환자에게 침을 놓기도 하셨다. 선친의 그런 모습이 고집스럽고 미련해 보이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나에게 '긍휼지심(矜恤之心)'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2014년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은 해이다. 그동안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되어 온 전국 15개 자생한방 병의원을 하나의 자생의료재단으로 통합했다. 의료진이 146명이나 되고, 650명의 임직원, 582개 병상이 하나의 공익의료재단으로 편입되었다. 재단의 자산 규모만 총 653억원의 국내 최대 규모의 한방 공익재단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방공익 의료재단의 출범은 사회의 그늘에 있는 사람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베풀겠다는 약속이다. 돈이 있건 없건 치료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베풀고, 잊혀져가는 한방 의료기술을 끊임없이 연구해 과학적으로 밝히기 위한 목적이 우선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아버지가 실천하셨던 긍휼지심을 이 시대에 전하는 나만의 방법이자 치료 본연의 의미를 되살리고자 하는 나눔의 실천이다.


자생의료재단은 의료의 사각지역에 있는 농어촌을 돌아 다니며 몸이 불편한 분들에게 무료의료봉사를 하고, 방과 후에 혼자 있는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에게 간식을 전하고 있다. 의료진과 임직원은 작은 정성을 모아 기부금을 만들고 재단에서는 매칭그랜트를 통해 직원들이 모은 기부금만큼의 기부금을 더 마련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지금까지는 등한시 해왔던 한의학의 치료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한약이 어떠한 효능을 가지고 있으며, 침 치료는 어떠한 원리로 질병을 치료하는지를 연구해 근거중심인 양방의학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이다. 전 세계의 의학자들이 보고, 자신들의 치료와 연구에 활용하는 SCI급 학술지에 한의학의 효능 연구를 계속해서 발표하다 보면 언젠가 한방치료가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나는 자생의료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그동안 모아두었던 대부분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혹자는 653억원이나 되는 재산을 어떻게 그리도 쉽게 재단에 출연할 수 있었느냐고 물음을 던진다. 사실 그 물음은 내가 나에게 수백 번도 더 해본 질문이다. 하지만 선친이 알려주신 '긍휼지심'을 '나눔경영'이라는 방법으로 자생의 전 직원과 함께 실천하기 위해서 내가 가진 것을 사회와 나눠야 한다는 것이 답이었다.


'숙려단행(熟慮斷行)' 이라는 말이 있다. 충분히 생각 한 후 과감하게 실행한다는 뜻이다. 행동하기 전에는 심사숙고하고 결심이 섰다면 망설이지 말고 실행하는 실천철학이 내 인생의 신념이었다. 나눔은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몸과 마음이 허약해지면 스스로 힘을 찾을 때까지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이 나눔이란 허약해진 사회가 자생력을 기를 수 있을 때까지 따뜻한 손길을 보태는 치료와 같은 행위이기에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은 더욱더 나눔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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