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연승 거둬 꼴찌에서 공동 5위로…클랜턴 부상으로 기회 늘자 보란듯 맹활약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로농구 서울 삼성은 더 이상 약체가 아니다. 시즌 초 4연패로 최하위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3연승을 달렸다. 전주 KCC, 창원 LG와 함께 공동 5위(4승6패). 아직 5할 승률을 넘지 못했지만 팀 분위기는 선두 울산 모비스(8승2패) 못잖다. 국제농구연맹(FIBA) 규칙을 적용해 한층 치열해진 골밑에서 새내기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준일(22). 그는 9월 1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신인드래프트에서 두 번째로 호명됐다. 202㎝ㆍ100㎏의 체구에 기본기가 탄탄해 골밑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김준일은 최근 여섯 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하고 있다. KCC와의 2일 경기에서는 프로에 데뷔한 뒤 한 경기 최다인 24점을 넣었다. 하승진(29ㆍKCC), 김종규(23ㆍLG) 등 리그 최고 센터들과 대결하면서 밀리지 않고 국내선수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득점(평균 13.0점)을 올렸다. 전체 두 번째로 많은 가로막기(평균 1.6개)를 하는 등 수비에서도 제 몫을 했다. 초반 네 경기만 해도 평균 득점은 7.8점에 머물렀다. 수비에서도 우왕좌왕했다. "대학교까지 센터로 뛰었잖아요. 갑자기 파워포워드를 맡으니 어색하더라고요."
김준일은 외국인 선수 키스 클랜턴(24)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기회를 잡았다. 클랜턴은 지난달 24일 왼발 새끼발가락이 부러졌다는 진단을 받아 올 시즌에는 더 뛸 수 없게 됐다. 김준일이 골밑에 들어가야 했다. "센터로 뛸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해지면서 팀 내 비중이 자연스레 높아졌어요. 리오 라이온스(27)가 스몰포워드 자리에서 많이 뛰잖아요. 그 덕에 찬스도 많이 얻고 있죠." 김준일은 벌칙구역 안에서 한 경기 평균 4.5개꼴로 슛을 성공시킨다. 국내선수 가운데 하승진(4.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여기에는 이상민(42) 감독의 믿음도 한 몫 했다. 그는 "공격을 할 때 다른 선수들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했다. 기본 기량이 우수해 아마추어에서 했던 대로 뛰어달라고 했다"고 했다. 김준일은 "신인에게 많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수비에서도 지역 방어 등에 신경을 써서 믿음에 계속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김준일은 악바리다. 체력 저하를 우려하는 이 감독의 배려로 팀 훈련 등에서 자주 제외되지만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재활에 열중한다. 야간에 슛 연습도 자주 한다. "팀 내 비중이 높아지니까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늘 준비된 자세로 코트를 누비고 싶어요." 신인드래프트 1순위 이승현(22ㆍ고양 오리온스)과의 경쟁도 훈련을 멈출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그는 "주위에서 라이벌로 계속 엮으니까 솔직히 부담이 된다. 농구를 그만 둘 때까지 계속 비교될 것 같다"면서도 "그걸 의식해서인지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서로에게 계속 좋은 자극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계하는 선수는 최근 한 명 더 늘었다. 연세대에서 함께 뛴 후배 허웅(21ㆍ동부)이다. 김준일은 지난달 26일 열린 경기에서 원주 동부에 57-71로 져 자존심이 상했다. "웅이가 제 앞에서 3점슛을 넣더라고요. 달려들어 공을 찍어버렸어야 했는데. 홈(잠실실내체육관)에서 6일 열리는 재대결은 다를 겁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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