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 싸고 정부ㆍ여당과 공무원노조가 정면 충돌 양상이다. 정부ㆍ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올해 안 공무원연금 개혁안 강행 처리에 나서자 지난 주말 10만여명의 공무원들이 대규모 반대 집회를 갖고 강력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대학교수가 작성한 연금 지급액 상ㆍ하한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새 개편안이 야권ㆍ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ㆍ여당안에 대해서는 실질적 재정 효과도 크지 않으면서 '하후상박(下厚上薄)' 효과도 미미하다며 반발하고 있는 공무원노조 측으로부터도 긍정적인 반응을얻고 있다.
연금 상ㆍ하한제 도입 방안은 김진수 연세대 교수가 지난달 22일 '선진복지사회연구회'가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실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제시한 개편안이다. 퇴직 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을 최소 150만원에서 최고 350만원까지 정하는 '상ㆍ하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퇴직 공무원들이 소득이 발생할 경우에는 현재 10~50%만 깎던 것을 전액 삭감하도록 했다. 또 연금 납부 기간을 기존 33년에서 재직기간 내 계속 납부하도록 했고, 연금 지급 개시 연령 단계적으로 65살까지 조정하는 한편 기존 퇴직자 연금을 15% 삭감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김 교수의 개편안은 우선 정부ㆍ여당안보다 공무원연금의 재정 건전성 확보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같은 연금 상ㆍ하한제가 도입되면 기존 매달 35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고 있는 약 1만5000여명의 퇴직 공무원들의 연금이 최대 50%남짓 삭감되는 등 연간 2조3750억원씩 2080년까지 512조3349억원을 절감해 여당안(연간 2조1000억원ㆍ2080년까지 442조원)보다 재정 절감 효과가 매우 크다.
또 공무원노조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하위직ㆍ신규 임용 공무원들을 달랠 수 있는 카드로도 떠오르고 있다. 정부ㆍ여당의 개편안은 재직중인 고위직 공무원은 소폭 삭감되지만 신규 하위직 연금액은 70만~80만원대로 대폭 삭감되는 등 직급간ㆍ세대간 형평성을 해치고 있다는 점에서 반발이 심하다. 김 교수의 안은 퇴직한 후 고액의 연금을 받거나 낙하산 등 재취업 가능성이 높은 고위직 공무원들 또는 기존 퇴직자(현재 연금 수급자)들의 몫을 조금 더 줄이는 대신 하위직ㆍ신규 임용 공무원들의 피해를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무원노조들도 이같은 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어 향후 본격화될 국회 내 협상 과정에서 중재안으로 떠오를지 주목되고 있다. 오성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연금위원장은 "새누리당 안이나 정부안보다는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충재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도 "정부ㆍ여당안의 가장 큰 문제는 세대간ㆍ직급간 형평성이 맞지 않는 차별적 개편안이라는 점인데 김 교수의 안은 형평성에 대한 고민과 배려가 묻어 있다"면서 "다만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단계적으로 한살씩 올린다는 것 등은 좀더 논의가 필요한 대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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