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시간 최고, 초대형 맥주병과 대형트럭 등 상상 초월 조형물 등장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맥주병에서 닭, 대형 트럭까지."
티잉그라운드가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프로골프대회가 매주 이어지면서 차별화 마케팅을 위한 아이디어 경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름갤러리가 모이고, TV중계에서도 카메라 노출시간이 가장 길어 타이틀스폰서로는 마케팅을 위해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페어웨이에 특설지역을 설치한 이벤트 존, 워터해저드 위에 세운 조형물 등이 있지만 최고의 명당은 역시 티잉그라운드다.
▲ "이래서 명당"= 영국의 스포츠마케팅 리서치회사가 유러피언(EPGA)투어 주요 대회를 분석했더니 티잉그라운드 광고는 37시간45분10초나 노출됐다. 카메라 노출이 가장 길었다는 이야기다. 그 다음이 캐디들이 입는 조끼(빕), 하지만 티잉그라운드의 절반도 안 되는 11시간52분52초에 불과했다. 그린 주변과 워터해저드는 각각 7시간과 3시간 남짓이다.
모든 선수가 같은 자리에서 샷을 하는 유일한 장소다. 승부가 갈리는 막판 홀로 갈수록 인기는 더 높다. 당연히 타이틀스폰서 광고가 가장 좋은 자리에 배치되고, 계열사와 협찬사 등이 주위를 채운다. 국내 투어의 경우 예전에는 갤러리가 많지 않아 18번홀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도 인기가 높았다. 요즘에는 갤러리가 너무 몰려 아예 장치물을 세울 수 없는 장소가 됐다.
최근 중계시간이 늘어나면서 활용할 수 있는 티잉그라운드 영역은 더 넓어졌다. 지난해까지 중계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 그래서 후반 9개 홀만 중계가 됐다. 올해부터는 그러나 전 대회를 5시간씩이나 중계하면서 거의 모든 홀이 화면에 비춰진다. 후반 티잉그라운드에만 세워졌던 광고물이 18개 홀 전체로 확대된 이유다.
▲ "크기부터 상상 초월"= 광고물의 형태는 주로 조형물이다.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은 키를 훌쩍 넘는 엄청난 크기의 맥주병을 선수들이 티 샷하는 바로 뒤편에 설치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S-OIL챔피언십에서는 상징 캐릭터인 '구도일'이, 교촌레이디스오픈에서는 닭까지 등장했다. 이밖에 넵스마스터피스는 주방가구, 매일유업오픈에서는 커피 등 주력상품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EPGA투어 등 빅 리그도 마찬가지다. 오메가는 대형 시계를, EPGA투어 볼보월드매치플레이에서는 대형 트럭과 트랙터 등 중장비까지 전시해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파3홀은 보통 홀인원 경품으로 걸린 BMW와 벤츠 등 고급 승용차가 티잉그라운드 한쪽을 점령해 '명차의 전쟁'까지 가세하는 추이다.
'티잉그라운드 마케팅'에는 티 마커도 활용된다. 주로 기업의 상징물들이다. 웨그먼스LPGA챔피언십은 슈퍼마켓 체인회사답게 쇼핑카트를, 에어버스LPGA클래식에서는 비행기 모형이,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페덱스컵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의 티 마커는 6개들이 케리어에 담긴 콜라병이다. 티잉그라운드에서 총성 없는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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